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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Apr 23. 2018

영화 한편 생각 날 때

맥주 한캔하며 혼자 보기 좋은 영화 5


그냥 그럴 때 있지 않나. 아무것도 하기 싫고 TV에는 딱히 볼 것도 없고. 그럴 때를 대비하여 나는 몇몇 영화 들을 찜해두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썩 내키는 영화가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봤던 영화를 또 보는데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느라 머리 쓰지 않아도 되서 좋고, 이미 아는 내용이라 긴장하지 않고 볼 수 있어 좋고, 심지어 보다 졸리면 그냥 자버려도 된다. 끝까지 봐야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 참 어렵게 본다)


특히, 오늘 처럼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하니 영화 한편이 절실해 지기 마련. (그래서 나는 오늘 '지랄발광 17세'를 봤는데 의외로 폭풍감동이라 눈물까지 흘렸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다)

큰 반전도 없고, 대단한 스토리도 아니지만 혼자인 기분을 만끽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영화를 소개한다. 맥주 한캔은 꼭 준비해 놓자.


Edited by Movie Saver.

#혼영 #혼맥 #영화추천 #영화 #무비세이버




1.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다소 복잡한 인물 관계와 얽히고 설킨 이야기 때문에 쉽게 볼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왜인지 아무 생각 없이 릴랙스하고 싶은 날이면 찾게 되는 영화다. 특유의 몽환적인 색감 때문인지 아니면 소음 섞인 음악과 대사 때문인지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린다. (실제로 와인 마시며 보다가 그냥 자버렸던 적도 있다.)


영화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고, 명작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보고나면 '이게 왜?'라고 의문이 남을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 그랬으니깐. 그냥 독특한 것 뿐이지 이게 왜 명작이라는 건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왜인지 자꾸 생각나는 영화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건데, 가장 대중적인 홍콩 스타들의 가장 반짝이던 때를 담은 영화라 그런 듯 하다.

특히 파인애플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캘리포니아 드림~' 노래가 나오면 소름이 나온다. 아는 대사, 아는 노래, 아는 장면인데도 볼때마다 감격 스럽다.




2.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면 좋은 영화다. 그냥 예쁜 색감만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니깐. 분홍색이 남사스러워(?) 스킵했다면, 다시 돌아보자. 영화는 예쁜 색감과는 달리 '범죄 스릴러'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용의자로 지목당하며 도망가는 동안 잔인한 장면도 나오고 (진짜 식겁했다! 동화 보다가 괴수 나오는 느낌이랄까) 별 희안한 일들이 다 일어난다. 소파에 파묻혀서 어디 한번 볼까, 하다가 점점 몸이 앞으로 나오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 속에는 숨겨둔 장치들이 정말 많은데 일단 그런건 다 접어두자. 그냥 이 영화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대장정일테니.


이와중에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은 진짜 있는 곳일까, 저기 나오는 맨델스 케이크는 실존하는 걸까 궁금해 지는데 모두 다 픽션이다. 하지만 아쉬워 말자. 밀라노에 위치한 프라다 본사 건물에 가면 웨스 앤더슨 감독이 디자인한 카페와 시네마가 있다고 한다. 민트와 핑크톤의 인테리어가 마치 '부다페스트호텔'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3. 원스 (Once, 2006)

나의 훼이보릿 무비 원스. 수 많은 음악영화들이 있지만 원스만한 것이 있을까.


로맨스는 없지만 그 어떤 로맨스보다 로맨틱하다. 이어질듯 이어지지 않는 두 남녀가 아쉽지만 사실 해피엔딩이었다면 이 영화의 매력이 반감 했을 거다. 나름대로의 해피 엔딩이긴 하지만. (마치 '비긴어게인'의 아일랜드 버전 같다)


원스에서는 'Falling Slowly'가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도 좋아한다. 버스 뒷자석에서 두 남녀가 앉아 이야기 하다, 남자가 노래를 시작하는데 마치 대화를 하듯 엉망으로 부르는 이 노래가 잔잔한 영화에 유쾌함을 더해준다. 어딘가 구슬퍼 보이기도 하고.


원스는 성공한 음악영화 답게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상영중이다. 뮤지컬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므로 런던에 간다면 꼭 볼것을 추천한다. (국내버전으로도 제작되었었는데, 국내버전도 오리지널만큼이나 좋았다.)



4. 캐치미이프유캔 (Catch Me If You Can, 2002)


레오와 톰 행크스의 완벽한 조합! OCN이든 채널CGV든 TV에서 해주면 꼭 챙겨본다. 너무 자주해줘서 좀 아껴주면 좋겠지만, 그래도 해주면 다른 일 다 제쳐두고서라도 본다. 할일 없을 때 해주면 더 고마운 영화다.

15년이 더 된 영화지만 아직도 흥미롭다. 다 아는 내용이고, 결말도 다 아는데 볼때마다 새롭다. 사실 레오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게 좋아서 계속 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범죄 스릴러 장르기 때문에 스토리가 굉장히 촘촘하다. 잡힐만 하면 재치있게 빠져나가는 프랭크는 놀랍고, 그를 끝까지 집요하게 따라가는 칼도 대단하다. 중요한 순간에 '어른'답게 패를 꺼내어 프랭크를 잡아두는 칼의 스킬은 배우고 싶을 정도다.


140분동안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덕분에 맥주 한캔으로는 모자랄 듯 하다. 좀 더 넉넉하게 준비해두자.



5. 타이페이카페스토리 (第36個故事, Taipei Exchanges, 2010)


맥주 한캔보단 제목처럼 커피와 디저트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카페'란 본래 사람들의 교류 장소이지 않던가. 영화속 카페는 딱 그런 곳이다. 사연이 담긴 물건을 서로 교환하며 자연스레 이야기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곳이다.

그 중 한 남자의 35개의 비누에 담긴 35개의 도시 이야기에 주인공들은 흥미를 갖게 되고, 각자의 고민과 사연을 털어 놓게 된다.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특별한 반전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마치 일본영화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알수 없는 미스테리한 사연들로 심심하지는 않다. 담백하고 나른한 고양이 같은 영화다.





영화는 함께봐도 좋지만, 사실 혼자일 때 더 좋기도 하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과자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소리내며 먹고, 때로는 정지 했다 다시 재생버튼을 누를수도 있다. 그 누구의 방해 없이 온전히 나만의 시공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마 혼자 영화 보는 순간이 유일하지 않을까. 그러니 혼자라 외로워 말고, 이 시간을 즐겨 보자. 이 영화들과 함께.





혼자가 아닌 둘이라면? 이런 영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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