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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abba Apr 23. 2018

'불완'의 존재가 만든 "완전한 사랑"

영화 [The Shape of Water] 리뷰


극장보다 IPTV나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많은데 요즘은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오스카 시상식도 끝난 지 두 달 정도 다 되어가니 수상작들이 하나 둘 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기다렸던, "The Shape of Water"가 업로드 된 것을 보고 바로 구매했다. (다음은 [쓰리빌보드] 나 [더 포스트]를 보겠어!)


오스카 시상식을 생중계로 보기도 했고, 영화 개봉 이전부터 워낙 이슈가 많이 되었던 영화라 정말 기다렸었다. 다만, 원어 그대로 한글로 옮겨 적은 '셰이프 오브 워터' 때문에 '셰이프'가 무엇인지 깨닫기까지는 조금 오래 걸렸다.


가장 기대하는 영화들 : The Shape of Water, The Post, Three Billboards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녀간의 애잔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로맨스다. 아름다운 음악과 색감이 더해지면서 마치 한편의 동화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는 아름다운 동화는 아니다. 불편하고, 불편한 '잔혹 동화' 에 가깝다.


영화는 온갖 불완한 것들로 둘러싸여 있다. 말 못하는 엘라이자, 그녀의 절친인 대머리 동성애자 '자일스', 그리고 10년동안 함께 일해온 또 다른 절친인 '흑인' 젤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중심인물인 '어인'까지. 차별이 가장 팽배했던 시기인 1960년대가 배경이니 이들의 모습은 더욱더 눈에 '거슬린다'.


자일스, 엘라이자 / 엘라이자, 젤다



실험실의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는 가질 것 다 가진 백인이지만, 백인이 아닌 '타인' 을 지속적으로 경멸한다. 그리고 벙어리 '엘라이자' 에게는 애증심을 지니며 묘한 매력을 느낀다.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엘리트층이지만, 장애를 지닌 여자에게 끌리는 그의 모습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불안하고 불완한 존재로 다가왔다. 자아는 지워버린채 오로지 '나는 백인이야 나는 완벽해' 라는 망상에 휩싸여 사는 인간이다.


엘라이자가 끌리는 스트릭랜드


그에 반해, 엘라이자와 괴생명체인 '어인'은 그 어떤 존재보다도 반짝인다.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낼 줄 알고, 가장 편견없이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안다. 게다 존중할 줄도 안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에게 '다르다' 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둘은 다른 존재가 아니다. 엘라이자 엘라이자이고 어인은 그냥 어인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감정을 교류하며 그들은 그들만의 사랑을 만들어 간다. 보통과는 다른 사랑이지만, 그들에게는 어떤 사랑보다 완벽하다.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을 때는 비로소 완전한 존재가 된다.




기묘하게도 영화 속 주요 백인들은 모두 목숨을 잃게 된다. 욕심이 많으면 탈이 난다 했던가. 목표만 바라보고 달리는 스트릭랜드도,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첩자 노릇을 하던 호프스텔트러 박사도 (물론 그는 괴생명체를 살린 공신 이지만) 영화 속 다른 이들보다 오래 살지 못한 채, 미완으로 삶을 끝낸다.




나와 상대가 장애가 없다하여 우리의 사랑은 완전한 형태일까. 아니 애초에 인간인 우리가 완전할 수나 있을까. 인간은 영원히 미완인 존재라고 하지 않았던가. 결국은 불완과 불완이 만나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 나가며 완벽한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사랑' 이지 않을까.

연인들은 서로 예뻐하다가도 싸우는 이유도 역시 각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을 그리기 때문일테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서로가 납득할만한, 가장 합리적인 혹은 합의할 수 있는 둘만의 사랑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듯 하다.


객관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형태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 둘에게는 가장 완전한 사랑의 모습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니 다른 이들의 사랑을 탐내 할 이유가 없다. 각자, 자신만의 '사랑의 형태'를 지니고 있으니 서로 완성해 나가자. 그곳이 물 속이든, 육지든 서로가 가장 편하게 숨쉴 수 있는 곳에서 말이다.





또 다른 '사랑의 형태'를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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