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은 이렇게 사는 거구나
수영장에서 나와 거꾸로 벗어놓은 상의 소매를 빼면서
오늘 역시나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난생처음 200미터 자유영을 돌고
여유롭게 수영복을 빨면서 문득
나를 위하고 챙겨주는 ‘나 자신’이 느껴졌다.
‘나랑은 이렇게 사는 거구나.’
옷 입으며 기분 좋을 나를 위해
옷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둔 자리 잊어 물건을 찾을 나를 위해
항상 제자리에 넣어두고
계단 오르며 숨가쁘지 않을 노년의 나를 위해
꾸준히 운동하는 것
그 누구도 아닌 미래의 나를 챙기는
그 누구도 아닌 현재의 나
싫은 일, 귀찮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한 일, 미래의 나를 위해
준비해두는 일이라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대충하면 대충 받는다.
남에게 줄 선물은 정성스레 포장하면서
내일의 내가 입을 옷은 바닥에 내팽개쳐둔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줍는 나는 이미 기분이 나쁘다.
귀찮음을 이유로 책 읽기를 미룰 때
밥을 먹은 후 바로 정리하지 않을 때
집안일을 한가득 쌓아둘 때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가기 싫은 약속이지만 싫은 티 내지 못하고
꾸역꾸역 나갈 때를 생각해보라.
누구를 위한 약속인가?
친구 집 놀러가선 착실히 정리하면서
내 방 정리, 청소는 뒷전으로 미뤄둘 때는 어떤가?
사람은 못할 것이 없다.
모든 게 마음 먹기에 달렸다.
나를 위해 일어나 운동을 하고
나를 위해 소매를 걷어 접시를 닦자.
나를 위해 옷을 깨끗이 빨아두고
나를 위해 소복소복 잘 개어두자.
내 마음과 기분을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삶이라는 게임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치트키일지 모른다.
-나의 운동유산 답사기 5화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