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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생이 Aug 11. 2024

등산과 글쓰기의 공통점

두 달 동안 꾸준히 글을 쓰면 벌어지는 일


2023년 11월 조각글


생각해온 길을 걷다가도

여행이 길어지면

왜 길을 걷고 있었고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등산예찬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근본적으로는 먹는 걸 좋아한다.

산을 오르며 틈틈이 먹는 초코바와

정상에서 먹는 김밥은

그렇게 별미일 수가 없다.

다만 평소에 먹고 싶은 만큼

그대로 먹으면 살이 찌기 때문에

음식 섭취는 항상 갈등과 죄책감을 동반한다.

그런 이유로 등산은

아주 좋은 유산소 운동이다.

자그마치 1석 3조다!


경치도 보고,

운동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서 갈등과 죄책감없이

뿌듯하게 먹을 수 있다.

땀을 빼서 몸도 가볍다.

 

등산을 하다보면


처음엔 얘기하고 하하호호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걷다가도

오르막이 반복되면

숨막히게 빽빽한 숲속에 숨소리만 남아

오로지 땅만 보며 걷는 순간이 온다.

그저 오르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내가 어디를 올랐더라..

어떤 이정표를 보고 왔더라..

생각일랑 나지 않고

무아지경을 맞는다.

금빛으로 구멍 뚫린

나무 그림자를 따라

길이 끝나면


파이랗고 뻥 뚫린 경치를 만난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이야, 많이 올라왔네!
여기도 높네!

정상은 여전히 남았지만

뒤돌아 보지 않고 꾹꾹 밟은 길이 모여

이미 상당한 높이를 만들었다.

힘겹게 올라선 곳은 또 혼자가 아니다

낯선 동료들이 삼삼오오 자리해 있다.

 ​

목표를 정한 글쓰기도

등산과 꼭 같았다.


오를 산을 정할 때부터 목표는 정해졌다.

그저 위로 또 위로 올라간다.

중간에 ‘여긴 어디 난 누구’가 혼미해질때쯤

너른 땅에 오면

오른 풍경이 펼쳐지고

나의 높이를 확인한 뒤

다시 정상으로 오른다.

같이 오르는 사람들의 글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고

같은 길도 서로 다른 돌 밟아 오르며

왜 저리로 갈까 이해 안 되어도

결국엔 정상에서 만났다.

작고 꾸준한 글쓰기.

이를 위해

‘읽기’와 ‘혼자 있기’.


나의 목표였는데

너무나 멋지게 등반해냈다!

​​

제일 중요한 건


한 달 챌린지인데 두 달이 걸렸다고

중간에 포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들 속도에 맞추지 않고

난 나만의 목표와 길로 갔다.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고,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또 하는 마음이라고

되뇌이며 틈틈이 썼다.

완벽하지 않은 글도 일단 내보냈다.

다시 읽어보면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자립과 독립


자립, 스스로 선다는 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다시 넘어질 건데,

그걸 알고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다.

독립, 혼자 선다는 건 끝이고 종착지다.

독립 상태라는 건

자신의 균형을 잡고

언제든 다시 일어설 능력이 있다는 것,

혼자 선 바로 그 상태다.


아직 나는 완전한 독립을 하지는 못했다.

대신 자립했다. 일어섰다.



인생은 밑 빠진 독을 채우는 일.


끊임없이 붓는 노력의 정수는

밑 빠진 독도 채우는 마법이다.

독립도 그럴 것이다.


깨지지 않은 완전한 독이 독립이 아니라,

정수를 들이부어 찬 상태가 될 때마다

순간 순간 독립이며,

순간 순간 완전한 독이 되는 것이다.


인생은, 홀로 서기는,

고인 물 찬 완전한 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물로 채워진 밑 빠진 독의 상태를

유지하는 나만의 방법을

수많은 자립과 쓰러짐을 통해 알아가는 것이다.


사진 출처: 시선뉴스

-나의 운동유산 답사기 7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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