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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생이 Sep 17. 2023

04. 한국인이 마지막 한 조각을 남기는 이유(1)

한국인 그리고 한국 교육에 대하여

한국인이 마지막 한 조각을 남기는 이유

한국, 특히 유교권 국가들은 ‘예의’를 중시한다. 상하관계나 가족 관계 등 공동체를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서방님', '처제', '매형' 등 헷갈리는 수많은 호칭들도 공동체 안에서 나와 이 사람이 얼마큼 가깝고,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신경 써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한국은 공동체 내에서의 자신의 이름이 개체 각각의 이름보다 더 존중받는다. 박부장, 최팀장, 김교사처럼 성과 직책만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작품명 <눈치의 시각화>  같이 시킨 여러 음식 중 마지막 한 조각만 남았다.

‘예의’는 ‘눈치’로도 치환할 수 있다. 사진 <눈치의 시각화>를 보자. 전복도, 핫도그도, 천사채에 가려진 회도 모두 마지막 한 입만 남았다. 한국인의 *국룰, ‘음식 같이 나눠 먹다 마지막 한 조각 남기기!’의 전형적 예시다. 여러 음식을 같이 시켜 나눠 먹는 것도, 마지막 한 조각은 아무도 먹지 않는 것도 우리 한국인의 국룰이다.








 (국룰 오픈사전) 1. 국민 룰.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 2. '국룰'이라는 말은 '국민 룰'의 줄임말. ->국룰은 정식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통용되거나 유행하는 규칙 및 행동을 뜻한다.


그래도 근래에는 변화가 있었다. 직책이나 역할이 아니라 ‘ㅇㅇ님’으로 이름을 부르는 회사나 공간들이 많아졌다. 대화를 할 때도, 윗사람은 반말, 아랫사람은 존댓말을 하는 상황이 없도록, 무조건 존댓말을 하자는 규칙을 만든 곳도 있다. 사회 속 자아보다, 개개인으로서 자아들이 존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나’의 결정을 ‘너’의 결정과 함께하는 공동체주의와 각 개체로서 자기 자신의 결정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 기로에 선 것 같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취사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반합(正反合)이라는 변증법을 (동방신기가 아니라) 헤겔을 통해 알고 있다. 우리는 라면을 먹을 때도, 너구리냐 짜파게티냐 대립하다 끝내에는 짜파구리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심지어 채끝 등심까지 넣어 이제는 라면이 아닌 요리의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와 같이 공동체 속의 자아를 우선시하는 전통이 정(正)이고, 서구의 영향을 받은 개인주의가 반(反)이라면, 현대 한국은 전에 없던 새로운 합(合)을 창조해 냈다. 그것은 바로 ‘관계주의’다.



---------------------------------------------     


선생이는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인 현영을 만났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친구와의 밥상에 오늘도 여러분을 초대한다. 



아래는 실제 인물과 대화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현영과 선생이 (무려 스무 살 시절)

현영: 너 뭐 먹을 거야?

선생이: 음.. 나는 비빔냉면!

현영: 나는 물냉면 먹어야지.

선생이: 나 한입 줘.

현영: ㅋㅋㅋ 당연히 나눠 먹는 거 아님?

선생이: 만두도 할 거지?

현영: 말해 뭐 해. 국룰이지.

선생이: 좋아. 시키자 (띵동) 저희 물 하나, 비빔 하나, 만두 하나 주세요~    

선생이: 맛있겠다~~ 근데 우리는 음식점 가면 이렇게 너 뭐 먹을 거야 무조건 물어보잖아. ㅋㅋㅋ이게 한국인들 종특이래. 관계주의라고. 상대방의 결정에 따라서 내 결정을 언제든지 바꿀 준비가 돼있다는 거라고 하더라고.

현영: 아 맞아. ㅋㅋㅋ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그런 거 같더라고? 아니 저번에 폴란드 사람이랑 밥 먹을 일이 있어서, 그 분이 가보고 싶다는 식당에 갔는데, 양식집이었거든. 근데 피자 한판을 고르시더니 본인은 딱 확고한 거야. '나는 이걸 먹겠다!' (현영은 선박 회사 해외사업부에서 일한다.)

선생이: 어 ㅋㅋㅋ 많이 먹고 싶으셨네.

현영: 그래서 에이 설마 저 한 판을 혼자 다 먹으려나..?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한판 시켜서 혼자서 다 드시더라고 ㅋㅋㅋ

선생이: 와 한국에서 따라야 하는 국룰 안 따르셨네. 피자는 무조건 하나 시켜서 나눠 먹고, 파스타나 샐러드도 같이 시켜서 다양하게 먹어야 되는데 ㅋㅋㅋ

현영: 그니까 ㅋㅋ 근데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하시고 딱 피자 하나 시켜서 혼자 드시길래, 아 원래 그렇구나 하고 나는 다른 거 먹고 그랬다.



선생이: 와 진짜 신기하다. 그래서 예전에 그 스웨덴 얘기도 엄청 말 많았잖아. 정 없다고.

현영: 아 그 스웨덴 친구 집 가서 저녁 시간 됐는데, 친구네 가족들이 밥 따로 먹고 올 동안 기다리라고 했다는 거?

선생이: 어 ㅋㅋㅋ 아니 심지어 도시락 싸가거나 놀러 갈 때, 그 친구 집에 돈을 주기도 한 대. 식대비랑, 서비스비..?ㅋㅋㅋ 근데 걔네는 그게 디폴트 값이던데? 뭐가 나쁘고 그런 게 아니라 당연한 거더라고.

현영: 왜 그러지..? 옛날에 외지인들한테 많이 당했나? (진지)

선생이: 어 진짜 스웨덴인 나와서 얘기하는 영상 보니까 그런 것도 좀 있다더라고. 스웨덴이 엄청 춥잖아, 북쪽이라. 근데 전쟁 때 식량도 없고 그래서 외지인한테 원래 박한 게 있었다고는 하더라고.

현영: 진짜 문화가 나라마다 다르긴 하다 엄청.

선생이: 그렇지. 사실 ‘정 없다’하는 것도 우리나라 문화잖아. 초코파이 정..ㅋㅋㅋ

현영: 그러네. 다른 나라는 아예 '정 없다'는 단어랑 표현부터 없겠다.     


-냉면 나왔습니다. 가위 드릴까요?     

 

현영: 네. 식초랑 겨자도 주세요. 야 너 겨자 먹냐.

선생이: 어. 너 안 먹어? 그럼 안 뿌려도 돼.

현영: 아니 뿌려야지.

선생이: 역시 먹을 줄 아네^^ 식초는 크게 한 바퀴, 겨자는 작게 한 바퀴~ 알죠?

현영: 오 꿀팁이네. 굿.         



한국인의 관계주의는 음식을 시킬 때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식초와 겨자. 그 중대한 선택 앞에서도 내 앞사람의 취향에 따라 내 선택을 바꿀 수 있는 우리는, 한국인이다. 이 밖에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국인 종특, 종족 특성에는 무엇이 있는가?     


-눈치 본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인 눈치의 시각화-> 음식 같이 먹다가 한 조각 남으면 절대 안 먹음)

-낯 가린다.

-조신해야 한다.

-조용해야 한다.

-먼저 손들고 말하지 않는다.

-효도해야 한다.

-자전거 도둑 한국인(왜 그렇게 자전거만 훔쳐가는 걸까..?)

등등등...          




여러분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종특은 무엇인지 댓글을 달아보자.

선생이의 이벤트(는 커피 쿠폰)가 준비되어 있다. (ㆆ_ㆆ)

나만 댓글 달아서 내가 가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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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이어지는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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