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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문수 Mar 10. 2021

깨진 믿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LH임직원땅투기뉴스를읽고


얼마 전 최연소 나이로 서울시 공무원에 발탁되었던 젊은 인재의 자살 사망 뉴스를 읽고 마음이 아팠다. 또 며칠 전 투신한 공무원의 시신이  한강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도 충격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그 안정성만으로도 선호되는 공무원의 잇단 자살 소식은 의아하고 착잡한 의문을 남겼다.


그런데 오늘 읽은 아래 뉴스-"LH 간부, 투기 핵심, 현지에선 사장님”가 어렴풋하게나마 그 이유를 상상하게 하는 것 같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에서 국가가 관여하고 주도해야 하는 공공 대형 프로젝트가 많아지니, 당연히 공무원 조직도 커지기 마련. 잇권이 관여되는 사업들이 많아지는데. 그 핵심 관료들이.... 자기 잇권을 챙기느라 바쁘다면, 그 조직은 어떻게 될까.


제일 먼저 상상되는 건, 그런 간부들 일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는 일이 몰리고, 과중된 업무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또는 부패한 상사의 라인에 결탁하지 못한다면 사내 정치에서 제외되거나 왕따로 취급될 수도 있다.


이제야, 죽은 사무관이 남긴 한마디 "저 사람도 평생 잘리지 않는다는 겁니다"라는 말이 숨 막히게 옥죄어 온다.


...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때는 아이엠에프 직후... 90년대 후반이었는데,  심지어 그때도 공무원이나 공기업은 그렇게까지 인기 있는 직장은 아니었다. 욕심이 별로 없는, 평생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현실적이고 성실한 학생들의 돌파 구였다고나 할까. 비록 급격하게 그 지위가 향상되기는 했어도 지금처럼 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20년도 전이니까.


그러니까, 내 나이이거나... 적어도 나보다 서너 살 윗 선배들 중에는 요즘 젊은이들의  1/10 정도의 노력도 안 들여서 공기업, 공기관 종사자가 된 사람이 태반일 거다. 그리고... 그들 중에 몇몇이... 아래와 같이 썩은 간부가 되어... 조직 전체를, 공기관 전체를 부패의 구렁텅이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PUBLIC SURVICE!


공직자는 말 그대로, 공공에 대한 서비스... 봉사의 직업이다. 젊은 날 내가 직종을 구할 때, 제일 먼저  제외한 카테고리다. 이유도 같다. 나는 봉사하는 성격은 못 된다. 친절하지도 남을 생각하는 마음도 아주 적어, 제일 먼저 딜리트했던 분야다.


그런 점에서 현 변창흠 장관의 "공무원, 공기업 직원도 부동산 투자할 수 있지"라는 식의 안일한 문제 인식은 실망스럽다 못해 화가 난다.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에 등에 대한 안정적인 고용유지와 복지 정책의 이유는... 그들이 사익추구에 매달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돈벌이에 급급하지 않아도 노후에까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겠으니, 국가의 일에 헌신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니 "LH에 입사하셨으면, 부동산은 투자대상으로 보지 않는 사람 이어야 한다"라고 말했어야 한다. 적어도 그 조직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기본적으로 장책했어야 할 마인드다.  어떤 영역은 그 일에 종사자이기 때문에 특히 필요한 모럴이 있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환자의 자궁을 성적인 것으로 본다면 어떻게 될까?  유방외과 의사가 환자의 가슴을 성적인 것으로 본다면 어떻게 될까? LH 직원이 토지를 투자의 대상으로 본다는 건... 위의 두 사례에 비교해도 덜하지 않은 최악이다.


공공 서비스 직군에서, 특히 공공을 위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것은 사기업체의 정보유출, 기업범죄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다뤄야 할 중대 범죄인 이유도 아래와 같다.

1차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존립 이유 자체를 붕괴시킨다는 점. 2차적으로 과거는 물론 앞으로 지속되어야 할 국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특히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전 국민적인 상처와 불신. 이 사회적 비용은 대체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이것이야 말로, 지금 언급되고 있는 부패한 공직자들이 이 사회에 지금 배상해야 할 진짜 비용이 아닐까?   


... 다시 한번 스러져간 젊은 공무원의 절망을 생각한다.


지금도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위험하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공무원, 공기업 종사자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이 느낄 상심의 크기도 만만치 않다. 젊은 날의 찬란한 시간을 그나마 제일 낫다고 생각한 그곳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청년들의  씁쓸함은 어떻게 할까.


국가 안의 썩은 조직, 썩은 구성원은  반드시 찾아내고 도려내야 한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고 숨길 수없고 도망갈 수 없이 찾아내서 처벌하고, 반드시 그 벌을 받게 한다는 명확한 신호가 필요하다.  


그것은 그저 그 부패한 사건 하나를 징벌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뤄질 모든 국가사업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기본적인 단초다. 이 땅에서 국가가 하는 일에 신뢰를 가졌던 모든 납세자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예의이다. 


국민들의 절망과 상처는 크다. 


깨진 신뢰는 그리 쉽게 회복될 수 없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 수십 배에 달하는 노력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신속함보단 철저함이 훨씬 중요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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