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도망가자

도망가자 7

그런 거 없으면 안되는 건가

by 목문수


그는 차 문을 열고 마치 거기서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처럼 조수석에 앉았다. 여자는 핸들에서 양손을 내려놓고 몸까지 약간 오른쪽으로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물음표를 담고 있고 분명 대답을 원하는 그 눈빛을 소년은 가뿐히 외면했다. 앞만 보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돌리고 뱉은 말.


"배고프다."


안심과 허탈, 피곤이 뒤섞인 이상한 한숨이 새 나왔다. 교사라는 밥벌이가 허용할 수 있는 노동 공간의 확장성, 사적 영역의 허용 한계. 다른 선생들은 어디까지를 각오한 채 감당하고, 어디까지를 무방비로 대처하는 건지. 여자는 자신의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오른쪽으로 쭉 빼서 한 손으로 낑낑대며 자리를 못 찾는 소년의 안전벨트를 마저 채웠다.


"... 밤마다. 어디가... 알바해? ... 데려가, 나도...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게."


소년이 말했다.




주유소를 겸하는 24시간 드라이브 뜨루 매장. 카운터를 향해 소년은 운전자의 육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밀어 붙이며 능숙하게 휴대폰을 내밀어 계산까지하고 햄버거를 받아 안았다. 그 행동들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여자는 어색한 기분을 애써 숨기고, 기다리는 뒷차에게 떠밀리듯 다시 액셀을 밟아 어두운 주차장 구석으로 차를 돌렸다. 불편한 왼손을 지렛대 삼아 종이 껍데기를 다 벗기지도 않은 채 빵을 입에 가져가던 소년이 부스럭거리면서 다른 햄버거 하나를 여자에게 건넸다. 무시하며 말했다.


"... 가서 먹어. 어디야, 너네 집?"


베어 물던 햄버거를 가만히 무릎 위에 내려놓고. 입안의 빵을 몇번 더 씹어 삼킨 뒤 콜라 한모금을 마신 소년이 천천히 말했다.

"... 그니까... 지금 당장. 고백이라도 하라는 건가... 존나 불쌍해서... 같이 있어주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 같은 거... 그런 거 없으면 안되는 건가.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건가. 그냥... " 그걸로는 안되는 건가




오래된 주유소 건물에 철제 빔을 이용해 2층으로 증축한 햄버거 매장. 막 유리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오다 비를 피해 후드티를 뒤집어쓰던 아이들 중 하나가 어두운 주차장에서 유독 환한 불빛을 내는 쪽으로 눈길을 멈췄다. 실내등이 켜진 차 안을 실눈으로 노려보던 그는 갸우뚱하며 친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 계속



https://www.youtube.com/watch?v=pyYsTmGJEWY





PS.

누웠다가 문득 쓰고 싶어, 노트북을 켜고 앉는 순간이 좋았습니다. 다만 계획처럼 시간과 마음을 아껴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밀어부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었나 싶네요.. 당분간 생활에 더 집중해야겠습니다.


좋아요. 눌러주시고 읽어주신 분들...감사합니다. 우리의 강물같은 인생은 1초도 쉼없이 이어지지만 소설 속 그들은 잠시 멈춤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정아와 상훈을 마음에 품고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겠습니다.천천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