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림책과 질문

그림책과 생각 대화 7

by 복쓰

그림책 수업을 하고 나서도, 아이들에게 장면이 오랫동안 남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기회가 없어요',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림책에서 말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요.'등 멀게 느껴지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림책을 읽고 난 뒤, 펼쳐진 대화가 아이들에게 온전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요?


<코끼리와 숲과 감자칩> 그림책을 펼쳤어요. 그림책 표지를 보면, 떠오르는 질문이 있는데요.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가 보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코끼리의 머리가 왜 새까맣게 보일까요?" 질문을 해요. 그림을 살펴보면, 진짜 엄마 코끼리의 머리 부분이 새까맣게 보여요. "엄마 코끼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엄마 코끼리 옆에 서있는 아기코끼리가 하는 말도 궁금해하고요.


숲 속에 있는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분명해요. 왜냐하면 즐거워 보이지 않거든요.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제목을 보면서, "코끼리와 숲과 감차칩"에서 감자칩 때문에 뭔가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감자칩은 무슨 일을 벌였을까요?"하고 또 질문을 떠올려요.


며칠 전에 뉴스에서 보았던 코끼리 이야기가 떠올라요. 케냐의 아보카도 농장에서 코끼리를 쫓아내기 위해 전기 울타리를 설치한 소식을 들었어요. 전 세계 아보카도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코끼리가 살고 있던 곳까지 농장으로 만들려고, 사람들은 코끼리를 쫓아냈대요. 쫓겨난 코끼리들은 갈 곳이 없어 사람들이 사는 마을까지 무리 지어 왔다는 이야기였어요. 서로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슬퍼요.


<코끼리와 숲과 감자칩> 그림책에서도 아보카도 열매 뉴스처럼 코끼리에게 어떤 일이 생긴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그림책을 읽으면서, 전에 알게 된 내용도 함께 떠올라요. 하지만, 아보카도 열매 뉴스를 몰랐다 하더라도, 그림책 표지에서 코끼리 가족에게 초점을 맞추어 질문을 해보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펼쳐집니다.


"엄마 코끼리를 자세히 보면, 어떤 마음이 떠오르나요?"

"아기 코끼리에게서 어떤 마음이 드나요?"


어떤 마음이든, 아이들 자신들이 본 장면에 대해 자기표현을 해보는 기회가 중요해요.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꺼내어 말할 수 있거든요. 틀리면 안 되라는 생각보다는, 각자가 떠올린 다양한 생각이 우리들이 함께 나누는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가 있는 숲을 자세히 보면, 숲이 헝그러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무들이 쓰러져 있고, 밟힌 흔적이 있어서 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있었음이 분명해요. 그리고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 몸에 진흙이 묻어있어요. 혹시 진흙탕에서 겨우 빠져나온 것은 아닐까요? 엄마 코끼리의 표정이 슬퍼 보이기도 해요. 아이 코끼리도 힘든 표정인데도, 왜 아기 코끼리를 쳐다보면서 돌봐주지 않을까요? 아기 코끼리는 즐겁게 놀지 않고, 엄마 곁에 딱 붙어있는 이유도 궁금해요. 먼 여행을 하고 온 코끼리처럼 기운도 없어 보여요.


그림책 표지 속에 등장한 코끼리의 표정, 생김새, 주변 상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섬세하게 이야기를 나눠요. 표지 속 코끼리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질문을 떠올리고, 대답을 나누면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궁금한 이야기를 탐구하는 탐정이 되었다가, 진짜 코끼리가 되어보기도 했다가, 우리 자신으로 돌아오기도 해요.


물론 표지 속 마음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림책을 나누는 전부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아이들과 나눈 대화는 그림책과 아이들을, 아이들과 아이들을, 아이들과 선생님을 함께 완전하게 이어주는 시간이에요.

엄마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의 마음을 연결 지어 그림책을 읽어요.


그림책을 보며 떠올린 아이들의 마음은 서로에게 소중하게 다뤄지고, 존중받아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질문에 정답을 말하는 대화가 아니라, "지금 장면을 보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을 서로 나누면서 다양한 색깔이 있는 생각 대화 시간을 만들어 갑니다.


"이 인물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왜 다른 무리는 보이지 않을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이어 펼쳐집니다.

왜, 만약, 어떻게 하면 질문 열쇠를 사용해서 떠올린 아이들의 질문은 그 속도와 양도 셀 수 없을 정도예요.


질문을 촘촘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그 질문의 방향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럴 때, 나는 어떨까?"

"이런 상황이 되면, 나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까?"


자신을 향해 묻는 질문은, 스스로의 앎을 확인하고, 점검하면서, 더 넓게 깊은 사유를 해나가도록 돕습니다. 한 장면에서 끈질기게 머물 수 있는 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림책 생각 대화를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림책 생각 대화를 왜 하나요?"

"아마도 이 시간이 나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니까요."

keyword
이전 06화#6 도란도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