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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Jan 24. 2022

치즈케이크

한 번은 점심때가 지나서도 큰아이가 집에 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 마침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큰 종이 가방을 얼어붙은 두 손에 꼭 잡고 들어서는 걸 보았다. 아이의 무릎만 한 아니면 엄마의 무릎 높이보다 커 보이는 그 종이 가방은 차가운 날씨 덕에 한껏 날카로운 면이 있기 때문인지 가방 안에 가벼운 무언가가 들어서인지 가방 본래의 주름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아이의 차가운 두 뺨을 본 것도 놀란 일이지만,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거침없이 내미는 두 손과 큰 종이 가방이 세상에서 처음 보는 놀라움이었다. 가방 속을 슬쩍 들여다본 순간 아이 나이만큼의 시간 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한껏 잠자고 있던 감동이 눈물과 함께 밀려 나왔다. 아이는 엄마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가지고 있던 4700원을 들고, 부리나케 뛰어가 아파트 정문 앞에 있는 빵집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를 딱 그 용돈만큼의 무게만큼 사 왔다. 아이의 두근거리는 눈빛에 맞춰 처음엔 놀라운 두 눈이었다가 곧 엄마의 두 눈에서 눈물이 스며 나왔고, 치즈 케이크의 무게는 감히 무거워서 엄마의 두 손으로 잡아내기 어려웠다. 큰 종이 가방과 양손에 움켜쥘 수 있는 치즈케이크를 살며시 내려놓고, 10년 만에 꺼내진 감동의 무게만큼 아이를 으스러지게 안아주었다. 아이는 엄마의 양손을 펼쳐야 엄마품에 안아줄 수 있을 만큼 커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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