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렇게 차분하게 말을 했어요?"
"어쩔 수 있나요. 마음이 시킨 거죠. 나도 처음부터 그렇게 편한 것은 아니었어요."
우리는 다 같이 씁쓸하고 허튼 웃음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주 봄의 끝에서 나는 당찬 목소리로 몇 마디를 덧붙였다. 소위 공감 대화란 것을 해내고 나서 말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아이에게 이런저런 소리 다해보고 나니 차리리 아이가 아기일 때, 아니면 뱃속에 있을 때가 나았다 싶을 적이 몇 번이나 있어요. 아무리 잠 못 자고, 서툰 엄마의 고됨이 매일 비슷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내 아기라서 쳐다볼 때는 사랑스러운 눈매과 입꼬리가 스스로에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다르지요. 한참이나. 아이와 매일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엄마는 같은 소리를 앵무새처럼 퍼붓고 있고, 아이는 들은 체 만 체 쳐다도 안보지요. 엄마는 속이 타들어가요. 내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서운 바람은 쌩쌩하니, 둘이 마주 보면, 아주 북극에 내복 바람으로 서있는 기분이라니까요."
엄마들끼리 드러내는 속내는 매번 비슷했다. 그래도 몇 번이나 공감하고, 맞장구를 더했다. 전혀 예상을 못했던 일이 아니지만, 매번 북극에 함께 서있는 엄마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늘만큼은 마음을 꺼내놓은 엄마가 공감 대화를 기어이 적당히 해냈다고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