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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Jan 29. 2022

희망의 기운

여전히 바쁘지만 때로는 마음까지 헝클어지는 아침이다. 손자국으로 가득한 거실 큰 창 근처에 쌓아놓은 색색의 매트며 장난감 더미와 바깥 창문 너머 아침 햇살은 더욱 조급한 출발 신호로 엄마를 울렁이게 만들었다. 엄마도 그걸 넘실대는 파도를 막아내는 방파제의 예감처럼 느꼈을까, 울렁이는 마음을 짚어 가면서 숫자 10을 세면 마음이 가라앉는다는데 하고는 눈썹 사이 미간에 힘을 주었다. 아이는 유독 엄마의 그런 표정을 싫어했다. 엄마가 오빠와 싸웠거나 놀이를 하다가 방이 엉망일 때 등 집의 가지런한 모습들에 어긋난다고 잔소리를 할 때마다 짓는 엄마의 신호탄처럼 미간의 세 가닥의 주름을 알아차린 것이다. 유치원에 5분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친구들이 놀리는 그 소리에 아이는 부끄러움을 당치 않는 허튼 마음으로 여기고 있어 엄마의 짜증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 빨리 유치원으로 가고 싶어 했다.


얼마 안 남은 유치원에 들어가는 시간에 잘 맞출 수 있을까 조바심 내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엄마의 마음은 고개를 조금만 돌려 보이는 제자리를 찾지 못한 집의 갖가지 모습에 어지러움이 한계에 다다랐다. 게다가 엄마의 화를 꺼내놓게 하는 것은 아이의 말대꾸였다. 아이는 어제 아침에도 그랬던 것처럼 프릴 달린 바지는 쳐다도 보지 않고, 그날따라 세탁기에 들어가 구깃거리며 축축한 프릴 없는 민자 바지에 매달리고 있었다. 엄마는 내일 민자 바지 줄 테니 오늘은 그냥 꺼내놓은 거 입자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건 정말이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장난감보다 빠른 속도로 엄마 마음은 헤매였다. 프릴 바지, 유치원 도착 시간, 제자리를 찾길 원하는 갖가지 물건들에 대한 엄마의 감추지 못하는 감정의 날 세움에 엄마 스스로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시간에는 언제나 희망의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는 만 시간 같은 아침시간을 서서히 지나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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