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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Feb 09. 2022

바다 옆의 방, 빈방의 빛(호퍼)

2개의 방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방에 공통적으로 빛이 파고듭니다. 바다 옆의 방은 빛을 쫓아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모양과 소리가 느껴집니다. 출렁이는 파도가 방이 만들어내는 선보다 위에 있기도 하지만, 쫓아 들어온 빛으로 그곳의 사람을 떠오르게 합니다. 파도의 움직임과 빛의 응시는 그곳에서 누군가가 세찬 고민에 자신의 시간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을 거라는 예감마저 듭니다. 한편 빈방에 벽을 꺾어 내려앉은 빛은 그곳에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을 전합니다. 홀연히 떠나기 좋은 날이랄까요. 떠난 뒤의 모습은 빛이 사뿐히 내려앉은 그 빈방의 모습이길 바랍니다. 떠난 이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라며, 빈 방의 온기를 그 빛이 거두어 가길 바랍니다. 방을 둘러싼 색채가 여전히 남아있어, 빈 방 뒤에 채워질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염려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깨끗한 색이 전해주는 정갈함에 홀연히 떠나 준 사람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방과 빛이 공통적인 요소로 공간을 구성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의 세심함에 볼수록 낯설지만, 생각할수록 머물게 되는 오묘함이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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