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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쓰 Mar 16. 2022

나 자신을 위해 무엇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말은?

서글픔과 애달픔의 감정은 어떤 모양새로 개인에게 찾아오는가? 서글픔의 개인은 몇 마디 말에도 폭포 같은 눈물이 두 눈 가득 넘실대고, 목과 입의 경계까지 먹먹함이 찾아와 기어이 말의 주고받음에 진전이 없도록 만든다. 싫다고 연신 말하면서도, 눈물로부터 벗어날 재간이 없다. 도대체 이 말은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또 어떤 말을 불러 세워야 필연적인 눈물 장면을 멈출 수 있을까? 


도대체 너 뭐야?


이 물음은 존재가 디딜 곳을 없도록 만든다. 존재 자체를 수치심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 끊임없이 스스로를 그 무엇임을 증명해내는 시간 속에 끌려 살도록 한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말로부터 블랙홀 인생에서 빠져나갈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단지 10개도 안 되는 글자에 무슨 일이라도 인정받아야 숨이 쉬어지는 그 무자비한 블랙홀에 빠져드는 개인의 처절한 향연은 실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생각보다 이런 삶을 사는 개인이 많다.  


그래, 내가 뭣도 아니라서 미안해. 


존재를 물어보는 물음에 대해 대답을 했다. 아니 인정했다. 여기에 쓰인 미안하다는 말은 유감을 뜻한다. 유감을 자신감 있게 드러낸 개인은 '도대체 너 뭐야'라는 질문에 인정은 하나, 동의는 할 수 없다로 반응한다. 개인은 자신을 향한 대화체에 산뜻함을 느낀다. 


나 자신을 위해 무엇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말은, 내가 무엇이 아니라서 미안해. 그래! 그래서 나는 나대로 살아갈게. 거기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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