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을 수 있는 기쁨은 요즘 나의 시간을 제대로 살고 있는 측면에서 독서와 글쓰기에서 주어진다. 필요한 책을 골라 읽는 눈과 손의 움직임에 즐거움이 실리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몇 번의 화면 넘김을 통해 그 책의 소유가 나의 것임을 알려주는 카드 사용 내역을 볼 때보다 택배 아저씨의 수고와 도움으로 현관문 앞까지 책이 도착하는 것을 볼 때 비로소 실제적 즐거움과 접속하게 한다. 오늘 같은 경우는, 검색 키워드를 머리에 몇 번이나 되뇌며 아파트 5분 거리에 있는 어른 도서관을 다녀왔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어린이 도서관에 익숙했던 터라, 신발 신고 자동문을 들어서는 내가 어색할 정도였다. 검색대에서 원하는 책의 청구 번호 종이가 내 통장 잔고에서 나가는 것이 아님에도, 번호 종이에서 착착 소리를 내며 튀어져 나올 때 즐거움과 마주했다. 소리가 이렇게 즐거움을 주었던 때가 있던가? 돈 쓰는 희열보다 원하는 책을 찾고, 청구 번호가 적힌 도서 청구 종이를 뽑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구입했거나 대출했거나 책이 집에 쌓인다. 책을 대면하고, 소리를 즐겼던 나의 눈에 비친 책으로 쌓아 올려진 책 산은 등산 완료를 말하기 전까지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는 것만큼 치열한 시간을 예고했다. 책을 준비하며 접속한 즐거움을 뒤따른 것은 책 산에 쌓인 책을 모두 읽을 수 있겠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의심이었다.
덧붙여 책 산에 오른 것을 재산처럼 남기기 위해 글쓰기 의지를 가진 나도 경계할 점이다. 즐거움과 의심을 주고받으며, 나의 책 산을 무심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