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 학교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by 복쓰

산등성이, 낮은 언덕에 자리 잡았지만 평야가 훤히 내다보이는 곳이라 웬만한 중학생의 시름쯤이야 순식간에 날려버릴 그곳에 나의 모교는 자리 잡고 있었다. 한아름 팔로 휘둘러 안아봐도 채 감기지 않을 덩치 큰 벚꽃 나무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어 봄의 계절만큼은 자신의 화려한 존재를 알리기 바빴다. 얼굴로 스치는 따스한 바람결이든 달달한 차향을 생각게 하는 봄비의 설렘이든, 어쨌든 그 거대한 벚꽃잎은 봄의 어느 때가 되면 바람과 봄비에 한데 엉켜 아래로 아래도 떨어졌다. 문제는 꽃잎이 흩뿌려지면, 그것들이 시멘트 길에 운치 있게 박혀있는 작은 자갈돌 사이에 끼여 그곳 학교 학생들을 난감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고개를 들면, 온갖 시름이야 내질러놓은 평야로 흘러갈 모양이었지만, 고개를 숙이면 청소를 도맡아 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반 중학생들의 손과 발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화의 기운을 견뎌야 했다. 그렇게 그곳 학교에서 바깥 청소로 우리는 자연으로 말미암아 마음을 다스려야 했고, 다행히 지금은 그 시간을 떠올림 자체가 벚꽃의 존재감만큼이나 나의 존재를 채워주는 따뜻한 추억의 기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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