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안이하게 생각하며 시치미를 떼고 살고 있나요?

by 복쓰

대학 때, 세상 처음으로 글루건을 보았다. 총 같이 생긴 앞부분에는 원통 모양의 하얀 막대가 꽂혀 있고, 손잡이에는 누를 수 있는 버튼도 있었다. 전기를 꽂아 쓴다는 것은 뜨거움을 맛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름조차 모른 채 글로건을 덥석 손에 쥐어보았다. 총과 같은 모양이라, 손잡이를 세게 눌렀다. 그 순간 불투명의 막대는 투명의 걸쭉한 반액체 상태로 흘러내렸다. 순식간이었고, 처음이었다. 투명의 불덩어리는 손등에 떨어졌고, 놀란 나머지 나는 그것을 즉시 떼어냈다. 화상을 입으면 곧바로, 찬물로 열감을 빼내야 한다는 것은 요즘에서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지식이지만, 그때의 나는 그냥 서있었다. 뜨거운 투명의 덩어리가 다시 불투명 덩어리가 되는 동안까지.

주변에 있던 동기들은 내가 괜찮은 줄 알았나 보다. 나는 시치미를 떼면서, 괜찮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너무 부끄러워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손등은 부풀어 올랐고, 그 이후로도 안이하게 손등을 그냥 뒀다. 십 년은 훌쩍 넘어서도 그때의 상처는 고스란히 손등에 자리 잡고 있다. 아팠던 그 순간보다, 부끄러워서 가만히 있었던 나 자신, 몇몇은 웃었던 기억.. 나도 함께 웃어버렸던 그 시간이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에게 참 안이하게 생각하며 시치미를 떼며 살고 있었다. 괜찮은 척 말이다.


그렇게 손등에 남은 거무스름한 글루건의 뜨거운 경험은 괜찮은 척 말라는 경고를 평생 보내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신이 애처로워서 웃고 싶어 졌을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