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헐거워지고, 헐거워진 마음은 당연함을 벗어던졌다. 순간의 감정을 알아차리는가? 갑작스럽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스며있는 감정을 알아차린다. 순간적으로 찾아왔다기보다는, 그동안 정성껏 대하지 못했던 것이 나의 감정이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대답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 질문과 대답이 그렇게 중요한지 깨닫지 못했다. 하루를 집어삼키듯 해내는 일에 쫓겨 손과 눈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 나는 어디에 있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빡빡하게 채워둔 자물쇠 같은 일정은 나를 일으켜 세우기보다 한걸음 나가는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가벼워지기로 했다. 가벼워진 일정은 주변을 기웃거릴 여유를 주면서, 얼굴 표정에도 한결 부드러운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그래서 웃었다. 빡빡한 일정은 두 미간을 모아, 더 사나운 마음으로 쫓기게 했지만, 헐거운 시간은 마음에 공간을 마련해 그전에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던 것들에 사고의 시간을 주었다. 왜 그래야 하지? 꼭 필요한 일인지? 진짜 나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며 당연함은 더 이상 진리가 아닌 단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