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순간은?

그리스인 조르바

by 복쓰

14쪽

그토록 강렬하게 인생을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책 나부랭이와 잉크로 더럽혀진 종이에다 자신을 그리도 오랫동안 내박쳐 둘 수 있단 말인가? 그 이별의 날, 내 친구는 내가 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게 해 준 셈이었다.


나의 질문

내가 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순간은?


질문이 도착했다. 지금 느낌이 어때요? 그 순간 머릿속은 하얘지고, 마음은 딱딱해졌다. 기분을 묻는 질문에 그토록 서툰 내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정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무엇이라도 말해야 덜 부끄러울까 봐 자랑처럼 했던 일을 거창하게 꺼내놓았다. 다시 질문이 돌아왔다. 지금 기분이 어때요?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 질문과 경험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알게 되었다. 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런 관계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지난가을부터 시작된 공부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내가 모른다고 인정한 순간. 나 자신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은 그때부터 선물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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