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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괴로운 감각을 느끼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죄와 벌

by 복쓰

188쪽

괴롭고 한없는 고독과 소외, 그 음울한 감각이 갑자기 그의 의식의 표층 위로 떠올랐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경우에라도 그들에게 말을 걸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했다기보다는 감각의 모든 힘을 동원하여 뚜렷이 느꼈다. 이 순간까지 그는 한 번도 이처럼 이상하고 끔찍한 감각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가장 괴로운 것은 그러니까 의식보다, 개념보다 차라리 감각이었다. 직접적인 감각, 지금껏 인생에서 경험한 모든 감각 중 가장 괴로운 감각 말이다.


나의 질문과 대답

가장 괴로운 감각을 느끼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때로는 슬프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감정이 거세게 몰아치면, 중심을 잡고 서있기도 힘듭니다. 나는 생각보다 수단적인 경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내가 겪는 일에 대해서 외부적인 조건에 따라 탓을 했고, 나는 그 조건에 따라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외부의 조건이 나를 흔들어댔습니다. 외부 상황에 따라 내 감정은 요동쳤습니다. 감정이 잦아들면 공허와 무기력이 찾아들었지요. 철저하게 외부의 수단과 목적에 따라 이끌려 다닌 시간이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내가 여기에서 경험하는 것이 유효한가? 의미 있는가? 검토합니다. 작고 평범한 일이라도 기쁨을 건네주고, 편안함마저 느껴집니다. 기대되고, 설레기까지 합니다.


이 변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봅니다. 지금 내가 숨 쉬고 있기 때문에 나는 느낄 수 있습니다. 좋은 감정을 느끼면 좋겠지만, 불편하고, 무서운 감정조차도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의 감정에 충분히 주목합니다. 내가 경험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집중합니다. 나는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감정도 괜찮은 것입니다. 무조건 존중의 영역입니다.


괴로운 감각이 찾아들지라도 예전처럼 무작적 휘둘리지는 않습니다. 검토하고, 점검합니다. 치솟던 감정이 쉽게 사그라들고, 때로 운 곧장 없어지기도 합니다.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감정은 모두 존중합니다. 내가 나를 신뢰하면서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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