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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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딸을 말없이 꼭 껴안았다. 그러고 나서는 자리에 앉아 라주미힌이 돌아오길 마음 졸이고 기다리면서 조심스레 딸을 지켜보기 시작했고, 딸은 딸대로 그를 기다리며 혼자 사색에 잠긴 채 방을 앞뒤로 서성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색에 잠겨 방 안을 이 구석, 저 구석 서성이는 것은 아브도치야 로마노브마의 평소 습관이었는데, 그럴 때면 어머니는 딸의 명상을 깰까 봐 어쩐지 항상 무서웠다.
나의 질문과 대답
사색에 잠길 때, 평소 습관이 있나요?
사색은 지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겠지요.
내가 있는 그곳이 생생하게 느껴질 것 같고요.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지금 나는 어떤 마음인가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이끄는 동기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할까요?
내가 사색하는 동안, 세상은 고요해집니다.
차분해지고, 깊어집니다.
두 눈에 깊은 힘이 생기고, 입은 야무지게 다물지요.
어깨를 한 번 풀어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수단과 도구적인 동기보다는
근본적인 동기를 경험하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주말 동안 아이에게 화가 났습니다.
아이가 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거든요.
내 마음은 흙탕물처럼 어지럽게 변했어요.
나는 용기가 필요했어요.
차분하고, 고요하게, 깊은 내면으로 다가가
아이를 존재로 보자고 나 자신에게 소곤소곤 이야기를 전했어요.
아이와 함께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딸기주스를 먹었습니다.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나는 사색이 꽤 필요했고,
사색의 결과대로 아이를 대했더니, 괜찮아졌습니다.
나의 사색에 대한 평소 습관은 세밀하게 생각해보고, 근본적인 동기로
지금 여기에서 경험을 체화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지길 바라니까요.
관계 경험이 아이에게 힘이 되길 원하거든요.
그 경험이 깊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