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2권 27쪽
조금이라도 병이 나면, 그래서 유기체 속의 정상적이고 지상적인 질서가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당장에 다른 세계의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아프면 아플수록 다른 세계와의 접촉도 더 잦아지며 그리하여 인간이 완전히 죽게 될 때 곧장 다른 세계로 옮겨 갈 것이다.
나의 질문과 대답
요즘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경험이 있나요?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무기력과 철수를 거듭 반복하는 삶에서, 삶의 생기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무엇일까?
가만히 있어본다. 어떤 일이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다. 다만, 그 일을 겪고 있는 나의 해석이 촘촘히 뒤따른다. 접촉하고 있는 경험이 무엇인가?
접촉하고 있는 경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이 의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눈에 띈다. 마치 당장이라도 내쫓을 것처럼, 잘못을 지적한다. 나 자신에게. 나를 채근한다. 칭찬하기는커녕 자신을 혼낸다.
나를 몰아세우는 이 시간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결코 아니었다.
나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경험이 절실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생생히 살아있다는 것과 순간순간의 느낌을 알아채며 나를 인정하는 시간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모든 경험은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부정적인 경험도 적절치 않은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의 기분이다. 나를 존중하는 경험에 집중한다. 내가 나를 만나고, 나를 향해 말을 건넨다.
'무조건, 괜찮은 거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절실하게 바라는 경험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요즘 내가 쉼 없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