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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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점 더 흥분해서 열심히 말했다. 잠시라도 말을 멈추면 그들이 더 이상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다. 라몽의사는 안경 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녹음기를 가져왔다. 내 말을 더 잘 듣기 위해서. 내가 중요한 인물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의 질문과 대답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을 더 잘 듣기 위해 애쓰고 있나요?
누리 교실 수업을 하고 있다. 경남 초등학생의 신청을 받아 진행되는 온라인 화상 수업으로, 벌써 9번째 수업이 되었다. 5명의 아이들과 그림책 생각대화를 주제로 1시간 20분가량 수업을 하는데, 이 경험이 오늘 질문에 대답이 된다.
그림책 속 장면에서 파랑이는 노랑이를 쫓아다닌다. 파랑이는 노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서 쫓아다니는데, 아무리 애써도 항상 한 발짝 앞으로 가버리는 노랑이를 볼 수가 없다. 과학자, 미래학자, 예언자의 도움까지 빌려보지만, 파랑이의 계획은 결국 실패한다. 그러다 파랑이는 어두컴컴한 동굴에 갇히게 되는데.. 파랑이는 그제야 자신이 쫓은 노랑이 정체를 깨닫게 된다. 상상과 추리를 더해가며 나눈 대화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고, 평범했던 그림책 장면은 어느새 4차원 입체 인물이 되어 아이들과 내가 보는 화면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이 그림책의 제목은 오늘 수업의 제일 끝 부분에 알려주었다. 제목은 바로 "내일"이었다.
내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니?
"아무도"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내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잖아요. 좋을지, 나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오늘 하면 무엇이 떠오르니?
"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지만, 우리가 보는 오늘은 아침해가 뜨는 순간이잖아요. 밝은 해가 뜨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오늘은 밝은 느낌이 들어요.
나의 시간 하면 무엇이 떠오르니?
"시계"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언제 가야 할지, 얼마큼 놀아도 되는지 시계가 알려주잖아요. 시계는 내 시간을 도와주는 것 같아요.
아이와 나눈 대화에서 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 잘 듣기 위해 애를 썼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대답 소리는 책에서 본 글보다 지혜가 넘쳤고, 의미가 가득한 생각은 충만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나만 이런 기쁨을 누려도 되나 할 정도로 우리는 대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나와 아이들은 "내일, 오늘, 시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든든하고 다정한 자신만의 생각을 새겼다. 각자의 마음속에 말이다.
점점 더 흥분해서 열심히 말하는 아이들과 말의 리듬을 따라가는 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사랑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생각과 마음이 너무 궁금하고,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과의 대화로 더욱 성장하고 있다. 오늘이 고맙고, 다가오는 내일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