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에 천천히 쌓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인간의 대지

by 복쓰

76쪽

아! 집이 경이로운 것은 그것이 우리를 보호해 주거나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도, 우리를 위한 벽이 있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우리 마음속에 그 아늑한 물건들이 천천히 쌓여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 어렴풋한 덩어리를 만든다. 거기에서 샘물처럼 꿈이 생겨난다...


나의 질문과 대답

나의 집에 천천히 쌓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일요일 아침, 냄비에서 금방 끓은 떡국, 만두, 국물까지 국그릇에 담아내었습니다.


"또 떡국이네."


매번 주말 고정으로 나오는 메뉴에 아이들은 작은 불평을 꺼내놓는가 싶더니, 후후 불어가며 야무진 입모양으로 쫄깃한 떡을 먹었습니다.


아침 밥상에는 뜨거움이 솔솔 피어오르는 떡국과 함께 엄마가 어제 읽은 [인간의 대지] 책 속 주인공 이야기도 함께 떠올랐어요.


주인공은 비행기 조난사고로 사막에 떨어졌고, 동료와 함께 20시간 동안 살기 위한 걸음을 내디뎠는데요. 목구멍을 찌르는 듯한 갈증이 틈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목숨을 포기하는 것이 고통을 멈출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고통의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었고요. 생각을 할 수는 있을까요?


문득, 재난을 겪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어느 집을 방문하는 이야기가 담긴 "블랙아웃"동화가 생각났어요.


"방사능 사고가 일어난 재난현장에서 방사능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친척이 내가 사는 지역으로 어렵게 찾아와 우리 집 문을 두드린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각자의 반응이 순식간에 쌓였어요.

작은 아이는 곧장 현관문 밖으로 나가서,

"문 좀 열어줘."라며 감염되어 우리 집으로 찾아온 친척처럼 변신했고요.

큰 아이는 그래도 친척인데, 당연히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고요.

엄마인 저는, 그래도 우리 가족도 모두 감염될 수 있으니 시간이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라고 말했지요.

아빠는 "나는 바로 문 열어 줄 것 같은데."라고 말했지요.

특히, 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큰아이가 가늘게 옆으로 늘어지는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며,

"엄마, 그건 이기적인 거 아니야?"라고 말했어요.

그 가늘어진 두 눈이 너무 귀여워서 저는 정말 오랜만에 크게 웃었어요.

물론 아침 대화도 웃음소리와 함께 중단되었어요.

대화를 이어가는 것보다 가족들 각자의 반응을 즐기는 시간이 되었어요.


오늘 아침, 질문하나에 가족들의 생각과 각자의 반응이 아늑하게 쌓아 올라갔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천천히 쌓이면서 경이로운 집이 만들어지겠지요.

가족들 곁에 질문을 천천히 놓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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