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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한 권 읽기 책 선정하기

화법과 작문 수업 세 번째 시간

by 글적글적샘


1차시 왜 잘 말하고 잘 써야 할까?

2차시 수업 및 평가 계획

3차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위한 책 선정하기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을 전체 평가의 25%로 반영했다. 11월 한 달에 걸쳐 6시간의 책 읽기와 독서 일지 쓰기, 6시간의 주제 탐구 보고서 작성, 3시간의 발표를 할 예정이다. 그런데 책 선정을 조금 빠르게 했다. 학교의 도서관 예산으로 책을 구입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수행평가 기간에 임박해서 허둥지둥하는 것도 싫었고, 학생들에게 이 같은 활동을 한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올해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활동의 주제는 역시나 다양성(diversity). 다양한 가족(비혼, 폴리아모리, 동성 결혼), 다양한 권리(동물권, 페미니즘),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주민, 인종 차별), 다양한 환경(가난과 노동, 장애, 가정 폭력), 다양한 청소년(성, 학교폭력, 탈학교 청소년, 특성화 고등학교) 과 관련된 책 목록을 보고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중심으로 모둠을 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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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목표를 확인하고 올해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주제가 다양성이라는 점을 설명한 뒤, 같은 대주제를 선택한 학생들이 하나의 모둠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학생들이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바로 뒷장으로 넘어가 도서 목록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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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어교사모임의 추천 도서 리스트를 중심으로 도서 목록을 만들어 1학기에 활용했었는데, 학생들에게 반응이 별로였던 책들이 있었던 터라 내가 읽은 책, 추천을 받은 책을 중심으로 도서 목록을 조금 변경했다. 특히 마음에 드는 책은 장애를 주제로 하는 '사이보그가 되다.'. 현 과학기술이 장애를 소거, 제거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지적하며 과학 기술의 발전이 과연 장애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철학적, 기술적으로 설명한다. 김초엽, 김원영이라는 쟁쟁한 작가가 쓴 글이라 믿고 골랐는데, 역시나 문장 하나하나가 압도적이었다. 자연계열 학생들 중 장애 관련 책을 읽고 싶은 학생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 도서 목록에 넣었다.


10분 정도? 아주 빠르게 내가 책을 읽은 소감과 주변의 평을 간략하게 소개한 뒤 본격적으로 구글 설문지를 통해 모둠을 구성하겠다고 얘기한다. 이 과정에서 왜 같은 주제를 선택한 학생들끼리 같은 모둠으로 활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데, 이때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서문을 활용한다. 남학생들에게 조금 오글거릴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 의도와 딱 맞아떨어지는 글이라 생각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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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운명이고 기적이라고 생각해. 같은 관심사, 주제, 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고, 서로가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는 '기적적인 순간'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그런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희에겐 사랑할 능력이 있다는 증거니까.' 정도의 설명을 곁들인다.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꼭 연애편지로 활용해 보라는 말과 함께!


이후 구글 설문지로 주제를 선택하도록 하고, 화면에 결과를 바로 제시한다. 인원이 많으면 번호 순대로 잘라서 모둠을 만들었고, 인원이 너무 적을 경우 다른 모둠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했다. 최소 3명, 최대 6명까지 인원을 구성했는데, 3명은 너무 적고 6명은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일단은 이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모둠원끼리 모둠장과 책을 선정하고 나에게 알려주도록 했다. 모둠장의 역할이 상당히 힘들 것이므로, 평가 가선점과 빵빵한 세특이 주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책 같은 경우 큰 주제 아래 다양한 주제와 책이 있으므로 모돔원의 견해가 갈릴 수 있을 텐데 최대한 협의하라고 이야기했다. 원래는 '손가락 법칙'을 응용한 책 평가 리스트로 점수화해서 결정하도록 했었는데,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이야기하고 결정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아 그 과정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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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모둠장과 책 선정이 끝나면 최종 결과를 엑셀 파일로 정리했다. 2학기는 1학기와는 또 다른 주제, 책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아서 학생들마다 관심사가 참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소년의 성 - 사랑을 물어봐도 될까요 - 2팀

인종 차별 - 당신이 남긴 증오 - 2팀

동물권 - 철학자의 식탁에 고기가 사라진 이유 - 2팀

장애 - 사이보그가 되다 - 3팀

특성화 고등학교 -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다 - 1팀

비혼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1팀

이주민 - 후아유 2팀

학교 폭력 - 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2팀

장애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1팀

페미니즘 -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2팀

노동 - 배달의 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3팀

동성 결혼 -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1팀

가난 - 새로운 가난이 온다 1팀

탈학교 청소년 -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1팀


이제 책만 순조롭게 잘 구입하면 끝! 다음 시간부터는 열심히 토론 수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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