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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Apr 21. 2023

단락의 첫 문장은 10자 이내로

'단락의 첫 문장을 10자 이내로 쓰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게 어려우면 첫 문장이 한 줄의 반이 되도록 해 보세요. 첫 문장을 읽고 뒷 내용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첫 문장에서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선생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여러 수필의 인상적인 첫 문장을 설명해 주셨다. 특히 칭찬하셨던 2편의 수필을 기록해 둔다.

  

1. 입, 주름을 말하다 / 김인선

내 얼굴에는 생각하는 괄호 하나가 산다. 말하는 입의 가장자리에 앉아 말하지 않는 침묵의 힘을 담고 있다. 입술이라는 것이 말하는 날개라면 이는 입가에 어른거리는 면무늬 날갯짓이다.

팔자 주름을 '생각하는 괄호'에 비유하다니. 그리고 침묵의 힘을 담고 있는 날갯짓으로 비유하다니. 정말 무릎을 탁 쳤다. 대단한 발상인 듯.

2. 반죽 / 황진숙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희망에 부풀고 절망에 주저앉으면서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 인연의 고리 만들기가 어디 쉽더냐, 뭉치고 치대고 끊어지며 나름의 결을 만들어 가는 것.

10자 이내의 첫 문장. 반죽과 반복, 부풀고 주저앉는 것, 뭉치고 치대고 끊어지는 것. 이 짧은 한 단락에 인연의 의미를 이렇게나 명쾌하게 비유하다니.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오늘 글쓰기 주제는 '~로 가는 길' 주제가 어려웠는지 수강생들이 글을 많이 제출하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 앞서 설명해주셨던 방식으로 수강생의 글을 수정해주셨는데 무척 좋았다.

기존 글 : 아침부터 초등학교 동창회 소식으로 단체 카톡방이 요란하다.

수정 : 아침부터 단체 카톡방이 요란하다. 초등학교 동창회 소식이다.

기존 글: 장을 보기 위해 시장바구니를 끌고 지하철을 탔다.

수정: 시장바구니를 끌고 지하철을 탔다.

기존 글: 저녁을 먹고 나면 거의 매일 가는 곳이 있다.

수정 : 매일 가는 곳이 있다.

이렇게 바꾸고 나서 글을 읽으면 정말 글맛이 달라진다. 아래는 몇몇 기억해야 할 강의 내용들

  

    어디 갈 일이 있으면, 갔다 오고나서 쓰셔야 합니다. 그래야 글이 완성됩니다.   


    비유로만 끝내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갑갑함을 느꼈다는 것을 표현할 때 '잘 밀봉된 커다란 스티로폼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보다는 '스티로폼 안에 들어가 있는 듯 답답했다.'라고 표현해야 독자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박완서의 <잃어버린 여행 가방> 읽어 보세요. 좋은 여행 수필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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