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감정을 버리고 돌아온 산 – 히말라야 트레킹》

“산을 오른다는 건 결국 나를 내려놓는 일이다.”

by 형ㅈ

정신이 무너졌던 그해 겨울, 나는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안고 히말라야로 향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무언가를 얻기보다, 비우고 돌아오는 것.


양산에서는 단 하루도 감정을 내려놓을 틈이 없었다.
억울함, 분노, 후회, 두려움, 질투, 조급함.
마치 내 안에서 서로 엉켜 있는 덩어리 같았다.


사람들 속에서도, 혼자서도 그 어디에서도 풀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말이 필요 없는 곳’을 선택했다.

히말라야.


낮은 산소, 단순한 일상, 그리고 걷기.
고도가 높아질수록 생각은 단순해졌고,
걸음을 옮길수록 내 마음 안의 감정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어느 새벽, 새하얀 눈과 바람이 부는 고지대에서 나는
생각도,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지금 여기’에 있다는 평온을 느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웠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무너졌던 이유가 상황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에 붙잡혀 놓지 못했던 내 감정들 때문이었다는 걸.


히말라야는 나를 치유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내 안의 감정들을 흘려보내도록 도와줬을 뿐이다.

이후 나는 더 자주 생각한다.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감정은, 나를 살리는가 아니면 잡아끄는가?’


⏭ 다음 편 예고
《첫 회복의 증거 – 마라톤 완주기》
"몸보다 마음이 먼저 완주한 날,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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