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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천 자의 생각 2

by 최형주

성인이 되고 10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대학과 사회생활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쌓인 의문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왜 그토록 열심히 살아갈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다들 자신들이 하는 일이, 삶을 바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열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는 소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봉과 그에 따르는 여러 부가적인 이득을 위해서 일한다. 혹은 지금 대한민국은 노력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회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먹고사는 것 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궁금증을 주변에 이야기해 보면 제각기 답변은 다르다. 더 잘 살고 싶어서, 가정 때문에, 책임감 때문에, 뒤처지기 싫어서, 등등. 이런 답변을 파고들어 가 보면 한 가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큰 집과 비싼 차를 소유하는 사람, 가족들의 희망사항을 충족하는 사람,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성과를 내는 사람, 이러한 점들에서 남보다 더 앞서 나가 있는 사람. 이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사람의 인간상에 맞추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감시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시선과 규율들을 내재화하여 스스로를 길들이고 있다.


돈 많고, 가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나에게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아무 문제없다. 그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개인들이 행복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라. 굳이 자살률이나 출산율 같은 통계를 들고 오지 않더라도, 희망보다는 절망이, 기대보다는 낙담이 만연한 사회다.


그래서 어찌하면 될까? 죽창을 들고 뒤엎어야 하나? 당연히 아니다. 효과적이지도 않고 이 증상에 맞는 해결책도 아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천천히, 깊게,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생각하는 것. 먼저 나 자신을 설득하고, 자연스레 행동하고, 주변의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사회는 변화한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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