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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의 끝판왕, 습관

천 자의 생각 5

by 최형주

‘가성비’라는 말은 단순히 쇼핑의 기준을 넘어, 삶의 전반에 적용되어 효율성을 판단하는 핵심 개념이 되었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본래의 뜻은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에게 ‘가격’이란 돈뿐만 아니라 시간, 감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이고, ‘성능’은 결국 내가 얻고자 하는 결과나 가치다. 즉 어떤 일을 했을 때 적은 시간과 감정 소모로 기대 이상의 가치를 얻었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성비가 좋다’는 표현을 쓴다.


예를 들어, 하루 10분의 스트레칭으로 허리 통증이 줄어들고 하루가 더 가벼워졌다면, 이건 분명히 가성비 좋은 행동이다. 그렇지만 수십 분을 고민한 끝에 겨우 시작하거나 혹은 같은 효과를 가져다주는데 30분 동안 스트레칭한다면, 분명 신체에 좋은 효과를 가져오지만 시간 소모가 큰 가성비 나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어떤 행위에 시간과 감정을 지불할지 선택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성비 좋은 선택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갈 수 있을까?


그 해답이 '습관'에 있다. 습관은 앞뒤로 낭비되는 시간과 감정을 줄여준다.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 하면서도 스트레스받고 감정을 쏟는 시간, 결국 하지 않고 자책하는 감정까지. 좋은 습관은 이런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사라지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고 아무 저항 없이 행위하도록 만든다. 일종의 자동화다. 물론 습관이 생기지 않은 초반에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반복해야 하고, 지루하고 성취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일단 궤도에 올라 습관으로 형성되고 나면 감정과 시간의 소모, 즉 ‘가격’ 은 줄어들고 그로 인한 결과는 쌓인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 안에서 예상 가능한 결과가 쌓일 때, 우리는 습관이라는 시스템의 힘을 체감하게 된다.


습관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가볍게 하고, 선택의 피로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성비 좋은 행위다. 세상에는 결과는 가치 있고 모두가 바라지만 과정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나에게 그런 일이 무엇이 있는지 골라 습관을 만든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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