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 시
문득 가을밤 배터리 떨어진 듯 별은 잠들고
떠나간 옛 여인은 가슴에 창을 낸다
십 리 단풍길 이 길 걸으려, 내가 태어났구나
하루살이 녀석도 쉬어가자 조르네
거미줄 감겨 파닥대는 잠자리 다시 걷는데
구름은 흘러가고 바람은 불어온다
라디오에서 한참을 떠들었지 내일 춥다고
가을의 옷자락이 이리도 짧았었나
펜을 쥔 왼손 신나게 내지르니 애기들 솜씨
이게 뭐냐 싶어도 덕분에 어려졌네
잘가게 친구 멀어지는 발소리 혹시 발소리
텅 빈자리 아쉬워 한동안 우두커니
말없이 앉아 한없이 쳐다보는 깊은 웅덩이
누군가 부르는 듯 어두운 물결인다
걸음짓 서툰 땅바닥 기어가는 말벌 한 마리
우리라고 다르랴 세상 사는 걸음짓
산새의 노래 햇살 받아 따가운 가을 저물녘
한가로운 노래는 전장의 군가였네
거울 앞에서 낡고 닳아 색 바랜 오래된 외투
다시 걸쳐 입고 남몰래 뿌듯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