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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햇살 같은 네 자매의 이야기

책, <작은 아씨들> 루이자 알코트

by 너무강력해

마치 가족에겐 어떤 마법이 일어난 것일까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신뢰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가족이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가족이지만 소설 안에서만 가능하지 싶다. 현실에서는 거의 없음이 분명하다. 슬프게도. 그럼에도 마치 가족 같은 이상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은 분명히 가치가 있는 일이며, 그 시간 또한 무척 즐거웠다.


메그는 네 자매 중 가장 밋밋한 캐릭터로 존재감이 적지만 선 굵은 선택들을 하게 되고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내 흥미를 끌었다. 작품의 초반 그녀는 여느 그 나이대의 소녀들처럼 허영심에 눈멀기도 했지만 이내 결혼에는 돈보다는 사랑이 우선한다는 점을 깨닫고 가난하지만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해 주는 존 브룩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잠깐의 위기들도 있었지만 둘은 슬기롭게 이겨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메그는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여성이라 현명한 선택으로 행복한 인생을 사는 모습이 많은 독자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다.


에이미는 네 자매 중 막내다. 가족의 무한 사랑을 받아서 그런지 버릇이 없지만 작중 최고의 귀염 캐릭터이다. 그냥 깨물어 주고 싶은 그런 귀여움. 말투도, 행동도 그냥 데려다 키우고 싶어진다.


"나 에이미 커티스 마치는 온전한 정신으로 남은 재산을 분배해 주고자 한다"


위의 글은 에이미가 작성하는 유언장의 도입부이다. 한번 그녀의 유언장을 읽어보라. 조심해서 읽지 않으면 에이미의 귀여움에 호흡이 곤란할 수 있다.


에이미가 유언장에서 분배하려는 목록은 아래와 같다.

'자신의 그린 최고의 그림, 지도, 액자, 100달러, 자화상, 메달, 초록색 상자, 레이스, 브로치, 자신이 아끼는 석고 토끼 등등' 이 챕터를 읽으면서 내 어린 시절 아끼던 보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딱지, 구슬, 레이싱카, 스티커, 축구공, 세발자전거, 만화책, 소설책 들로서 지금은 거들떠도 안 볼 것 같은데 당시에는 세상의 전부였다. 생각만으로 기분 좋고 배불렀던. 물론 이후 엄마가 공부하라며 치워버려서 한참을 울었지만. 다 추억이다.


조는 소설의 주인공이자 반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는 기존 사회의 기대나 관습을 거부하는 캐릭터로 등장해서 나는 그녀의 앞에 무시무시한 시련과 고난이 닥칠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그 강도는 약했다. 아무래도 작품이 동화스러워서 그런듯하다. 또한 조가 로리와 결혼하거나 아니면 독신으로 지낼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엉뚱한 이와 결혼하게 된다. 그동한 조와의 결혼을 위해 노력해온 로리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데, 헛수고만 한 셈이다. 둘이 이어지길 바라왔던 나로서는 꽤 허탈한 부분이었다. 조의 마지막이 최고의 반전인데 유명 작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결말이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그 누구도 감히 예상할 수 없을 테니.


베스는 병으로 일찍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녀는 큰 교훈을 남기게 된다. 베스는 자신이 병에 걸리고 자신이 점점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건강해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다른 이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눈물 짖는다. 자신은 그들과 달리 죽어가고 있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그럼에도 그녀는 웃으며 떠났다. 이런 베스를 보면서 복잡한 심정이 되었는데, 나도 아픈 육신을 가지고는 있지만 죽을 병은 아니다. 그런데도 수시로 신세한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자니 부끄러워진다. 내가 무의미하게 보낸 오늘이 베스 같은 이들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하루일 것이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네 자매를 보면서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녀들처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가. 무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노력해야 한다. 우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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