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동 구름다리
작년 6월쯤으로 기억한다. 하동 형제봉에 있는 구름다리에 가보고 싶어 대충 짐을 챙겨 하동으로 향했다. 현재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어렵지만 그때는 평소처럼 어려운 등산 코스로 산행을 시작했다. 고소성으로 올라가는 길이였는데 얼마 가지 못해 포기하고 싶어졌다. 몸 상태가 별로였다. 그러나 등산에서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포기한 적이 있었던가. 이를 악물고 산행을 계속했고 조금 지나니 몸이 풀리고 걸을만했다. 몸에서 배어 나오는 땀과 땀 냄새도 좋고, 나무도 경치고 좋고 다 좋다. 언제부터 였을까. 등산을 시작한 것이. 우연히 오른 산에서 현재의 내 얼굴의 상태를 다른 등산인들로부터 확인하기부터였을 것이다. 정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내 얼굴도 그럴 것이란 것을.
구름다리에 도착했다. 풍속계에 찍힌 바람의 속도는 제로. 정말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다. 구름다리 위로 오르니 세상과 분리된, 묘한 장소에 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의 일부분이 된 것처럼. 아래를 내려다보니 장관이다. 풍경의 한가운데는 바둑판처럼 펼쳐진 악양 평야, 그 악양 평야를 둘러싸고 있는 지리산, 오른쪽에는 무심한 듯 흐르고 있는 섬진강이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지리산 여기저기 자리 잡고 살아가는 다양한 지붕 색깔을 가진 인간들의 집이 보였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이 이런 것일까. 구름다리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올라온 이들만의 것일 것이다.
하산하는 길은 언제나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은 등산이 있는가. 사람의 인생 또한 그렇지 않은가. 하산하면서 가져온 생수의 부족함이 걱정되긴 했지만 구름다리에서 느낀 행복감은 여전히 나를 깜 싸고 있었다. 참으로 산은 자연은 아름답고도 행복을 주는 곳이다. 언제나 그렇다. 그런데 세상일이 인생사가 언제가 좋을 수만 있겠는가. 하산이 끝나갈 무렵, 고소성 근처였던 걸로 기억한다.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풀이 자라 잘 보이지 않았다. 어림 짐작으로 발을 디뎠는데, 아뿔싸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다. 발목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는데, 통증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개인적으로 오른쪽 발목이 좋지 않아 평소부터 부상에 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필 그 발목이었다. 좋았던 기분이 단박이 날아가 버렸다. 부정적 생각과 왜 왔나 하는 자책감이 날 짓눌렀다. 이런..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나약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