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산으로 차를 몰았다. 몸에 문제가 생긴 이후 대략 1년 만인 것 같다. 살짝 들뜨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1년 동안 몸을 관리하며 요양했다지만 이번 산행이 어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니. 불안한 건 당연하다.
정상 근처에 주차를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이게 무슨 산행이냐며 자책했겠지만 지금은 별수 없다. 자책은 자책이고 산행은 무난했고 정상까지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난 지자체가 베푸는 친절에 둔감한 산행객은 아니었고 철저히 이용했다.
계단은 꽤 많았는데 꽤 올라가니 다리가 비명을 질렀다. 1년 만이니 그럴 만도 했다. 기분이 좋았다. 바로 이 기분이다. 산에 오는 이유 중 하나. 누가 그랬던가. 고통을 받아들이면 번뇌가 사라진다고. 산에 오르는 게 딱 그렇다.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봉우리는 정상이 아니었는데, 정상은 다음 능선에 있었다. 계단이 있는 봉우리가 아래서 보면 너무 우뚝 솟아 있어 정상이라고 오해한 건 무리가 아니었다. 몸이 걱정되어 잠시 망설이다 이내 걸음을 옮겼다. 지금까지 문제없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다독이며. 문제없이 정상에 도착했고 몸 상태가 살짝 안 좋아지긴 했지만 1년간의 요양이 효과는 있었다.
정상에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시원했다. 시원해서 좋았다. 정상까지 왔으니 "병든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니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나 "조르바가 말한 자유가 이것이다"라는 너스레 정도는 떨어줘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시원했다. 그래서 좋았다. 뭐가 더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