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계의 거장으로 알고 있다. 음악계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이름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쪽 세계에서는 상당한 위치를 점하는 인물이리라. 책 내용의 상당량이 음악 활동에 관한 부분이라 다소 생소하기는 했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도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기쁘고, 슬프고, 짜증 내고, 두렵고, 가슴 아리고, 괴롭고, 우울하고, 고독한 그런 인간. 그도 인간이었다.
암 판정 이후 치료 그리고 암 재발되는 과정 속에서 그는 병에 대한 두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병이 두렵고, 죽음이 두렵고, 치료 과정이 두려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도 평범한 인간, 우리처럼 행동했다. 여담이지만 이후 암이 재발되었을 때 치료받은 미국 병원을 살짝 원망하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조금 웃음아 났다. 너무 인간적이라서.
겸손한 사람. 그는 항상 타인을 존중하고 치켜세웠다. 매번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졌고 그들과 동행했다. 자신은 자신의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신인 아티스트들과도 격이 없이 어울렸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했다. 우리나라 아티스트인 백남준을 존경하고 BTS의 슈가를 칭찬하는 모습에서는 자부심이 생겨서 기분 좋았다. 음악계 거장이면서도 겸손한 모습. 나는 그에 비하면 이룬 것도 없는 일천한 인간임에도 겸손함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 부끄럽다.
진보적 성향이자 환경운동가. 예술가이니 아무래도 진보적 성향일 텐데, 보수적인 일본 분위기에서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평생 지키며 살았다. 특히 반원전 운동에 진심이었다. 원전은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우리의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이 법으로 관련 보도를 금지 한 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일본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며 한탄했다. 무척 놀라운 사실이다. 일본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단 말인가. 선진국인 일본이.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음악 활동에 열정적이었다. 책을 읽으면 그가 음악에 진심이며 매우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투병 중에도 일을 멈추지 않았고 몸에 생명유지 장치를 여럿 부착하고도 온라인으로 자신이 구상한 음악회를 모니터링하는 등 마지막까지 열정적이었다.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온 인생을 그 일에 매진한다면 어떤 후회가 남을까. 남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를 따를 것이고 매진할 것이다.
그의 삶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잠시 흔들리고 나태해진 마음에 새로운 활력이 되살아난다. 확실히 책은 한 인간의 삶을 쥐고 흘들 수 있는 강력한 매체임은 분명하다. 그 점을 실감했고 내가 책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