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
마법같은 일이었다. 나 혼자 깬 새벽, 한번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그가 어찌 알고 일어나 방에서 나왔다. 부은 눈에 힘껏 힘을 줘 미소를 진 채로. 그리곤 거실 쇼파에 누워있던 내 옆에 다가와 어깨부터 엉덩이까지 찬찬히 한 손으로 쓸며 누웠다.
우리는 어느 좋은 숙소에 놀러왔다. 생맥주가 일품이었던 맛있는 저녁, 던지고 숨 참고 온갖 장난을 다 한 극한 수영장 놀이, 깜깜한 숲길 산책 이후 양말도 채 벗지 못하고 잠이 든 터였다.
낯선 침대야, 당신도 잘 알다시피 주구장창 겪은 일이지만 건장한 남자와 나, 둘이 누울 수 있을 만큼 넓직하고 기일다란 낯선 쇼파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잠시 말 없이 그를 쳐다보며 마른 침을 삼키고 짧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어?"
바움쿠헨마냥 새벽이 쌓아올린 고요함을 깨기 싫어 나지막히 말했다.
"나는 방금 산책한 길이 좋더라. 불 하나 없는 곳에서 달빛 보면서 네 손 잡고 걸으니까 더 좋았지"
그가 내 입술에 엄지를 대며 말했다.
"응, 잊지 못할 거야."
그의 손등 위로 깍지를 끼워 살며시 손을 치우며 대답했다.
새벽의 나는 남친용 미소끼가 싹 사라진 상태였다. 그가 이렇게까지 차분한 나를 본 건 처음이다.
"외로워? 근데 난 네가 소파에 누운 모습이 왜 이렇게 더 섹시해?"
그러니까 너는 외로움을 섹스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외롭냐고 물으면서 날 이렇게 만지면 안 되지. 잠을 이겨낸 마법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와의 관계를 접은 것은 두어 달 후의 일이었다.
자다 깬 건 그때 이후 처음인가? 포근했던 나뭇빛 밤색 가죽 소파, 그날 밤의 외로움을 받아줬던 그 죽은 동물의 여린 감촉이 떠오르는 이 새벽.
제목: 동물과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