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은 겨울의 끝자락에 맞는 명절이다. 이때는 오곡밥에 나물 반찬을 해 먹고 콩이나 견과류 같은 딱딱한 것을 깨물어 먹는 부럼 깨물기를 한다. 또 보름날엔 나물 반찬과 더불어 김과 두부를 먹었다. 이런 것을 해 먹는 풍습은 바쁜 농사철을 맞기 전 가족의 건강도 챙기며 한 해 준비를 하는 의식도 있다. 정월대보름 풍습에는 달 보고 소원을 빌거나 지신밟기, 강강술래 같은 전통 놀이가 있다. 이런 것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한 해의 안녕을 빌기도 했다. 이런 것이 세시 풍습의 하나로 이어져 왔다.
특히 정월대보름 음식은 훌륭한 식생활 문화이다.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단백질 같은 영양분을 보충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다. 그 슬기로운 풍습은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진 좋은 결과물들일 것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철 따라 나오는 나물들을 삶기도 하고 햇볕에 말려서 보관을 한 것이다. 야채가 귀한 정월대보름에 꺼내서 다시 삶아서 반찬을 해 먹게 되면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분들을 어느 정도 보충할 수가 있으니 얼마나 지혜로운가.
보름날 아침에는 오곡밥에 나물 반찬을 골고루 먹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 툰툰해지라고 딱딱한 호두나 콩이나 깨로 만든 강정을 바삭바삭 깨물어 먹었다. 그리고 김과 두부도 꼭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 모두에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어서 오늘날에도 맵거나 짜지 않은 나물 반찬에 김과 두부며 강정을 먹으면 균형 잡힌 식사가 되어 건강식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다.
정월대보름 저녁에는 환하고 둥근 보름달을 보러 나가야겠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정월대보름 음식을 해 먹거나 민속놀이를 즐기거나 하기가 힘든지 모르겠다. 더구나 여기 내가 사는 미국에서야 명절을 찾아 먹기가 어렵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명절이 다가오면 그때마다 옛 추억 되살리며 먹을 수 있는 한국 명절 음식들을 준비해 주어서 여간 감사한 게 아니다. 오늘도 손이 많이 가는 나물들을 미리 말리고, 삶아서 맛있는 나물 반찬을 마련하고 찰밥을 해서 참 맛있게 잘 먹었다. 이것은 정성과 사랑의 섬김을 넘어 한국 전통을 잇는 훌륭한 손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