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국 한 그릇
뭇국을 끓였다. 보통은 소고기를 썰어 넣고 끓이다 무를 납작납작하게 썰어 넣고 끓인다. 대보름에 끓여 먹는 뭇국은 좀 다르다. 무를 채 썰어 넣고 콩나물도 함께 넣어서 맑게 끓인다. 내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걸 무름이라고도 했던 것 같다.
오늘이 미국 날짜로는 2월 12일이니 보름날이다. 대보름에 늘 먹었던 음식이라 뭇국을 끓였다.
콩나물과 함께 끓이면 좋을 테지만 콩나물이 없으니 무만 넣고 끓였다.. 마른 나물 볶아서 무친 대보름 나물 반찬은 지난주 교회에서 미리 먹었으니 오늘은 뭇국만 끓인 것이다. 마른 나물 사서 일일이 삶고 무치고 하는 게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번거로운 점도 있다. 다른 이유로는 일부러 한국 식품점까지 가서 사다 놓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 했기 때문이다.
무를 채 썰어서 냄비에 넣는다. 무 위로 2cm 정도 올라오게 물을 붓고 끓인다. 국물은 멸치육수를 내서 해도 좋다. 나는 멸치 대신 다시마와 표고버섯 우린 물로 했다. 간은 소금만 하면 된다. 이번엔 미소 된장을 한 숟가락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주었다. 다 끓으면 다진 마늘 좀 넣고 파 썰어 넣는다. 잠시 후 휘휘 저어서 푸면 된다.
좀 색다르긴 하지만 뭇국에 황태 껍질을 넣어서 끓였다. 건선 자연치유식을 하느라 고기도 멸치도 안 넣었기에 콜라겐이 많다는 황태 껍질을 넣은 거다. 또 하나는 "국물 내기 한알"을 넣었다. 다른 건 사용하지 않는데 이 국물 내기 한알은 넣어 보니 건선에도 지장 없어서 쓴다. 내용물은 표고버섯, 양파, 대파, 배추, 무 등의 자연재료이디.
아침에 샐러드 한 접시 만들어 먹고 줌바 수업에 갔다 왔다. 60분 동안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하다 보면 땀에 흠뻑 젖는다. 끝나고 한 군데 들러서 친구를 데리고 집에 오니 점심때가 다 되었다. 그 친구는 한국 가려고 이미 집은 팔았다. 여기 일 처리 끝나면 곧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인데 머물 곳이 없어 당분간 우리 집에 와있다. 그녀도 병원에 다녀왔기에 오자마자 배가 고프다며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한다.
나는 얼른 녹두 담가 놓았던 걸로 빈대떡을 만들었다. 그녀와 나의 식성이 다르게 때문에 처음부터 자기 좋아하는 걸로 먹기로 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반찬 만들어 놓은 건 뭐든 먹고 싶으면 먹어도 좋다고 했다. 뭇국도 끓여 놓았으니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했다. 그녀는 자기 반찬으로 먹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식탁 위에 내가 만든 강정과 빈대떡을 함께 먹을 요량으로 내놓았다. 강정과 빈대떡은 그녀가 먹었다. 내가 뭇국을 데워 와서 먹었더니 유심히 쳐다보곤 맛있겠다고 한다. 맛있다며 내가 먹어 보길 권했다. 그녀는 나더러 어쩜 그렇게 맛있게 먹느냐며 그럼 자기도 좀 먹어 보겠다고 한다. 얼른 뭇국 한 그릇을 퍼다 주었다. 먹어 보더니 시원하고 맛있다고 한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내가 먹는 음식들을 보면서 그녀도 그렇게 먹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한다. 건강하게 살려면 먹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해주었다. 입맛에 당기는 대로 먹기 좋아하는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의지의 문제이니 본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