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비오틱 식생활관리사한테 딱 걸렸어
그녀가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국에 가기 위해 집을 팔았기에 머물 곳이 없어, 당분간 내 집에 살게 되었다.
처음 오는 날, 그녀는 큰 여행 가방 두 개와 당장 먹을 것, 그리고 필요한 짐들을 가득 챙겨 왔다. 햇반 현미밥과 한식 마른반찬 몇 가지도 함께 가져왔다. 가져온 것으로 이틀 동안 식사를 하더니, 밖에서 친구를 만나 닭튀김, 파스타, 스테이크 등을 사 와서 먹었다.
나는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이요법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와는 식습관이 달랐다. 가끔 내가 만든 샐러드를 권해 보았지만, 먹지 않았다. 맛있어 보이긴 하는데 당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더 이상 권하지는 않았다.
오늘, 그녀는 병원에 다녀왔다. 일주일 전 당뇨 검사를 받은 결과를 보러 의사를 만난 것이다. 병원에서 돌아온 그녀에게 결과가 어땠냐고 물어보니, 당화혈색소가 10이 넘어서 말하기도 싫다고 했다. 걱정되겠다며 정확한 수치를 물어보니, 11이라고 답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정도 수치라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나는 그녀에게 지금 상태에서 단순히 약만 복용하는 것보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가 먹는 대로 자기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파스타며 닭튀김이며 스테이크를 먹어서 안타깝고 걱정만 되었던 나였다. 하지만 오늘 병원 다녀온 후로는 그녀의 태도가 달라졌다.
나는 제안을 했다. 한 달 후에 병원에 가야 하니, 그 한 달 동안 원한다면 멘토링을 해줄 수 있다고. 단, 내 프로그램을 잘 따라야 하며, 매일 먹는 음식과 운동을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당장 저녁부터 내 프로그램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아침 8시에서 저녁 6시까지 14시간 간헐적 단식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저녁 식사는 내가 만든 들깻가루 드레싱을 뿌린 상추 샐러드 한 접시, 귤 한 개, 그리고 고구마 케이크 한 조각으로 준비했다. 그녀는 샐러드며 고구마 케이크도 맛있다며 잘 먹었다. 좋은 제안을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병원 다녀왔을 때의 어두웠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내일이 발렌타인데이라며, 그녀는 나에게 예쁜 꽃을 사주겠다고 한다.
*상추 샐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