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진을 찍는 것이다.
10여 년간 사진을 찍어왔고, 어느 정도는 그래도 남들에게 즐거움이 되는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줄곧 초점을 수동으로 잡아왔다. 초기 삼성 Gx-1s로 사진을 시작해서였을까. 초점을 잡는 시간이 꽤나 느렸고 또 찍다 보면 제대로 찍히지도 않아서 수동 초점 방식을 고수하였었다. (찍히지도 않은 건 그때 조리개에 대한 개념이 확립이 안되어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펜탁스 K-7로 넘어와서 그런 부분이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을 수동 초점으로 살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 들어서 사람들과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왜 수동 초점을 잡느냐?"라는 말을 듣는다. 어떤 분은 아예 수동 초점을 써본 적도 없는 사람들도 있었고 수동 초점을 쓰는 나를 보고 사진을 잘 못 배웠다고 힐난하는 분도 있었다.
요즘에야 와서 카메라의 성능들이 정말 좋아지고 측거점도 어마어마하게 많으니까 여러 방식으로 초점영역을 결정하는 좋은 기술들이 많이 있겠지만 DSLR의 초기에는 그런 기술들이 미비했기에 오히려 수동 초점에 비중을 더 많이 두는 그러한 시대도 있었는데 말이지.
DSLR임에도 초기 1, 2년간은 매뉴얼 모드에 놓고 수동 초점을 잡으며 사진을 공부했던 나에게 있어서 그들의 이야기는 뭐랄까, 이분들이 사진에 대한 기본적 이론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이해를 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실제로 사진을 5년 이상 찍어왔다는 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번도 수동 초점을 잡아본 적도 없으며 초점 면을 기준으로 앞과 뒤의 1:2의 비율로 초점 영역이 생긴다는 것도 모르는 분이었다.
그냥 단순히 풍경, 원경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고 찍으면 된다고 공식처럼 사진을 배워와가지고는 내가 내 의도에 맞게 초점 영역을 조절하여 찍은 풍경사진을 보고서 사진에 보정이 너무 심하게 들어간 것 아니냐고 비난하더라.
내가 전문적으로 사진에 대해서 배워온 것은 아니지만 10여 년간 사진 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배워 온 것들이 있는데, 사진을 찍는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의존하여 단순 찍어내는 사진이 아니라 내 의도가 들어가고 나의 생각이 구성이 되어서 한 장 한 장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사실.
공식으로 외운 구도가 아닌, 그때그때의 빛의 방향과 화면의 구성, 아웃포커싱을 결정하는 효과도 조리개를 통한 날림인지 망원을 통한 날림인지, 그 두개를 적절히 배합한 날림인지 까지도 생각을 하며 촬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밝은 렌즈에서 나타나는 아웃포커스와 망원렌즈에서의 아웃포커스의 형태가 다름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더라.
85mm 렌즈가 여친렌즈라 불리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러한 명칭이 붙은 이유, 그 렌즈가 원경의 아웃포커스와 밝은 렌즈의 아웃포커스 영역을 둘 다 표현할 수 있기에 조리개를 조금 조여주면 그 배합된 아웃포커스로 인해 인물사진이 아름답게 된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사진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 아쉬운 일이다.
나는 사진을 잘 찍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의도하는 장면을 찍고자 노력하고 그러한 장면을 최대한 근접하게 표현하며, 또한 나의 기술의 한계나 장비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알고 그 안에서 나름의 만족을 느끼며 점차적으로 발전해나가기를 소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좋은 장비를 두고 사진의 한계가 보인다며 더 높은 장비로 갈아타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서 문득 적어본 이야기.
002 사진, 어렵지만 중요한 피사계심도에 대한 이해. [소개]
003 사진, 심도 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지? 당신의 조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