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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Sep 18. 2017

나는 봄을 잊은 가을이었다

봄은 피지 못한 꽃들을 기다리는가.



나는

봄을 잊은 가을이었다.


저물어 가는 노을과 떨어지는 낙엽과 같은

그러한 흐름 가운데서 나를 관망하는 비쩍 마른나무였다.


그 적막함의 한가운데에

나를 흩트리고 떨며 달빛에 이는 바람을 바라보던 흔들림이었다.

그리고 나는

시냇물에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떨어진 나뭇잎


그 허탈한 회한 가운데

나를 뒤흔드는 어둠을 이기지 못한

나는 봄을 잊은 가을이었다.




다시 봄이 오기 위해선

날이 새파랗게 오른 겨울과

고독, 연못에 대롱만 남은 연꽃 같은

생명의 사그라듬을


기다리지 못한 피지 못한

껍질이 망가져 바스러진 씨앗


발에 차여 무뎌진

그리움으로 가득 찬

그리움만 쌓여간


봄, 봄을 갈망하는

가을.

그리고 넌 봄이었다.



-

2017, 2. 4  - 김제 거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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