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職四] 내 안의 불씨를 쑤석이는 사람들

직장인의 사계 - 봄(찬찬히 내면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전의를 불태우다)

by 등대지기

20년여에 가까운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나무는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느낌입니다. 아직 애들도 어리고 할 일도 많은 것 같은데 벌써 저와 사번이 멀지 않은 선배들도 집에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에너지가 떨어진 느낌입니다. 내 일만이 아닌 여러 사람의 일을 함께 해야 하는 팀장이라는 역할에 더해 온갖 주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정업무를 맡아 오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금방 에너지가 고갈되곤 했습니다.




그러던 작년 초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중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함께 했던 동료가 제 안의 불씨를 쑤석거렸습니다. 만주벌판 달리던 패기로 다시 한번 움직이시라며 저를 충동질 해댔습니다. 맨날 숫자나 보고 앉아 있어서야 되겠느냐 흔들어 댔습니다.

그래서 또 한 번 자가발전을 해서 제 몸을 새하얗게 태울 준비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불을 붙이면 숯불구이 통닭이지만 본인이 불을 싸지르면 불사조가 됩니다.


저는 그렇게 제 몸에 불을 다시금 붙입니다. 또 뛰어보려 움직입니다. 발이 부르터도 계속 걷는 등산가들처럼 내 몸을 연료 삼아 훨훨 날아 보려 합니다.


숫자와 보고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사업기획팀장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만주벌판을 내달리던 기개가 다 사라져 버렸나 봅니다. 4년여간 근거리에서 저와 지내던 박 선생님이 툭 하고 화두를 꺼냅니다. 분명히 가지고 있는 자원이 많은데 왜 활용하지 않느냐. 조용히 반성해 봅니다. 멀쩡한 머리로 돌아와 생각해 봐도 움직일 시간이 된 것 같았습니다. 경영개선도 좋고 합리화도 좋지만 언제까지나 다이어트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병행해서 운동도 하고 근육도 붙이고 양적 개선과 더불어 질적 개선도 더해져야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적인 건강한 몸을 얻을 수 있겠지요.




지나서 회상해 보니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1년이 지나 현재의 조직인 상품 개발 팀장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다른 팀장을 세우려 하다가 여러 이유로 난데없이 제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습니다. 꼭 1년이 걸리긴 했지만 제 마음속에 지펴 두었던 불씨가 조용히 내면에서 자라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맘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는, 어찌 들으면 허황된 얘기 같은 일들이 살다 보니 자꾸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진짜로 생각이, 특히나 무의식에 계속해서 주입하는 생각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꼭 사기꾼의 헛소리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다음 스텝으로 옮겨 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원대한 프로젝트를 향한 그림을 그리고 현실로 구현해 내야겠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그날까지 무언가를 꿈꾸는 소년이고 싶은 제게 그에 걸맞은 하루를 선사할 그런 그림 말이지요. 저는 늘 꿈과 낭만이라는 단어를 좋아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끌렸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낭만 있게 차 한잔 하시면서 조용히 내면으로 떠나 보시는 건 어떨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職四] 직장인의 방황은 무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