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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Jun 25. 2024

[職四] 당신의 그릇은 안녕하십니까?

직장인의 사계 - 가을 (간장종지 vs 대접??)

사람마다 '그릇'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그릇이라는 건 기본적인 틀은 정해져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합니다. 오랫만에 만났는데 확 커져버린 느낌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전에 만났을 때는 그럴듯한 놋그릇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보니 좁쌀도 몇톨 들어갈까 말까 하는 간장종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직장내에서도 사람의 그릇이 다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 자신의 그릇을 자주 꺼내어 살펴 보면서 흠집은 없는지, 어디 구멍이 나서 줄줄 새지는 않는지, 커다란 검댕이 묻지는 않았는지 늘 확인하고 보살펴야 합니다. 


나의 그릇은 어떨까요?

우선 간장 종지인지, 커다란 대접인지를 아는 것 부터가 시작입니다.


     나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우선과제 입니다. 네이게이션 기술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GPS 기술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디를 가려면 적어도 일단 내가 어디있는 지는 알아야 하니까요.


    내 자신의 위치를 엉뚱한 곳으로 알고 있으면 원하는 곳으로 갈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내 삶도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현재의 삶이 같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어딘가로 가야 할 것 같은데 늘 버성기고 쉽지 않습니다. 


일단 내 위치를 정확히 찾는 것 부터 시작해 보시는 걸 어떨까요. 


    저는 '나를 찾아서'라는 폴더에 저를 알아가기 위해, 제 위치를 찾기위해 노력한 흔적들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고 하지만 솔직히 저도 제 파랑새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제 위치를 찾기 위해 제 내면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삶에 빗대어 어렴풋이 위치를 잡아가는 일 말이지요. 


    삶은 끝없는 항해라고들 합니다. 이 곳에서의 소풍을 마치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나를 찾고,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점을 세워두고, 그곳을 가기 위해 딱 한 뼘만큼씩이라도 나아간다면 좀 더 편한 맘으로 웃으며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 


    삶이 무엇인지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혹자들은 여전히 '나'를 찾기 위해 헤매이는 제게 5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아직도 방황하면 어떻게 하냐며 쓴 소리 아닌 쓴소리를 하곤 합니다. 예전의 저라면 그런 얘기를 들으면 불쑥 '너나 잘하세요'라고 했겠지만, 이제는 '그 또한 그럴만 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덧 한뼘씩 나아갔더니 제 그릇이 드디어 간장종지는 넘어선 것 같아 미소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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