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등대지기 Jun 28. 2024

[職變] 내 두 번째 삶의 시작

직장생활의 변곡점 - 중국 상하이에서 공부로 두 번째 삶을 열다!

지금 여기는 : 1년 차,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현재  


Previous story : 중국으로 파견 근무를 갔는데 직속상관께서 괜히 사고 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상황.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의 저는 바득바득 개기기도 하고 부탁조로 얘기도 해보았지만 그분은 도무지 요지부동. 답답한 상황!




    중국에서 모시던 윗분께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상황을 만들어 주신 덕에 저는 책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가만히는 못 있는 성격인지라 뭔가는 해야겠고, 인터넷 서핑도 하루 이틀이고 해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책을 읽다 보니 하루에 한 권을 읽어 낼 때도 있고, 과제가 많은 책은 일주일을 잡고 끙끙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책 자체의 내용은 그렇게 매료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의 제겐 정말 소중한 다리 역할을 해 준 첫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펼쳤던 첫 번째 책의 내용은 솔직히 저와 맞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 말미에 쓰인 추천책 리스트가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제가 지금도 흠뻑 빠져서 마음속의 스승님으로 모시는 '구본형 선생님', '김승호 회장님'의 책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삶은 늘 갈구하면 적절한 해답을 던져 주곤 합니다. 여하튼 저 두 분을 만나 뵙기 전까지 투자에 관한 책들을 20여 권 정도 열심히 봤습니다. 이제 회사라면 진절머리가 났으니까요. 그렇게 주식투자에 관한 책을 보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책들을 보면서 공부를 해 나가다 보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숫자 놀음이 제가 원하던 삶이었나 약간의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그러다가 위대한 투자자나 기업가들의 책을 보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돈 버는 기술을 설명해 주는 책들에는 없는 투자철학, 즉 삶의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세상에 날로 먹는 건 없다는 아주 기본적인 철학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위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에 또 한 번 허황된 저의 모습을 비춰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털도 안 뽑고 날로 먹으려고 덤비고 있었던 거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마음가짐과 어설픈 지식으로 전업투자나 부동산 경매로 뛰어들었다면 아마도 크게 망했을 겁니다. 돈이야 어찌해서 운 좋게 벌 수도 있었겠지만 곧 제 삶을 다 거덜 냈을 거 같다는 섬찟한 기분이 듭니다. 


♧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드디어 40대 초반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찾아 나섭니다.  구본형 선생님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보면서,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를 보면서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꿈'이라는 걸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나의 기도문, 묘비명도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살 것이며, 미래의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 그냥 평생 머슴질만 하다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에 났으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돕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솟아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저는 100여 권의 책을 1년 반 동안 열심히 공부하게 됩니다. 그 책들을 공부했다고 대단한 진보를 이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더 생각이 깊어졌고,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도대체 이 삶에서 '뭣이 중헌지'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어도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찾아 나서는 그 길목에 나설 때의 설렘과 흥분으로 이미 저는 두 번째 삶을 시작했기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책을 부릅니다. 좋은 책은 특히나 좋은 친구를 데리고 옵니다. 그러니 자주 책 보고 공부하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투자임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요. 그렇게 책 보고 공부하는 저의 두 번째 삶이 중국 상하이에서 움트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職四] 당신의 그릇은 안녕하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