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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r 08. 2024

[職四] 봄의 기운을 모시는 방법

직장인의 사계 - 봄


  날이 풀려 이제 씨를 뿌릴 시간이네요. 2월까지가 겨울이라면 이제 3월은 본격적인 봄입니다. 봄은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바람도 딱 좋고 햇살도 따뜻합니다. 봄바람에 실려 온 발랄한 기분에 엉덩이가 들썩입니다. 그러니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딱 좋습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아주 작은 도전이라도 말이죠. 그럼 제가 제 마음에 봄을 모시는 방법을 소개해 드려 보겠습니다.


1. 책상을 뒤집어 보아요.


  청소가 우선입니다. 눈앞에 잡것들이 없어야 정신도 맑아집니다. 자 이제 봄맞이 청소를 할 시간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왁자지껄하게 모든 구석에 박혀 있는 온갖 것들을 꺼내 놓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창조를 위한 일시적 혼돈이라 생각하시고 다 뒤집어 놓습니다. 이중 30%는 버린다는 생각으로 쓰레기통을 데리고 와 옆에 차고앉습니다. 그렇게 한 방 뒤집고 나면 속도 후련하고 일할 맛도 납니다. 꼭 봄맞이가 아니더라도 기분이 꿀꿀할 때 한 번씩 뒤집어엎으면 정신마저 말끔해진 느낌입니다. 책상이 원래 깨끗하시다구요. 그럼 사무집기를 들어내고 물걸레로 한 번 닦아 보세요. 뭐든 '쓸어 냈다'라는 기분을 느끼시는 게 중요합니다. 



2. 걸어 봅니다.


  바람도 산들산들 불어오고 날도 좋아졌습니다. 찌뿌둥한 몸을 끌고 들판으로 나가 봅니다. 꼭 들판이 아니더라도 무작정 걸어 봅니다. 식사 후 20분도 좋고 퇴근길 30분은 더욱 좋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 올랐다 사라지곤 합니다. 무얼 굳이 하지 않아도 봄의 볕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걷기를 핑계로 봄마중을 나온 거니까요. 그렇게 봄이 오는 소리에 잠시나마 귀 기울여 보세요.



3. 막걸리를 한 잔 쳐 보세요.


  봄의 술은 단연코 막걸리입니다. 봄바람의 설레임에 막걸리의 알싸함이 어우러지면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너무 헤비한 안주를 먹어 배를 빵빵하게 부풀리기보다 맛있는 김치 한 보시기에 물에 살짝 데친 두부 정도 곁들이면 충분합니다. 봄이 오는 소리와 들큰한 막걸리 향기, 쌩한 김치의 맛을 모두 한꺼번에 느끼다 보면 어느새 겨울의 어두움은 사라져 버립니다.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는 때도 이즈음입니다. 



자 이제 노트를 준비합니다.


  아무거나 마구 끄적여 봅니다. 학창 시절 과방의 날적이에 낙서하듯이 그냥 생각 그대로 느낌 그대로 사각사각 연필을 옮겨 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한 번 써 내려가 봅니다. 나중에 보면 내 안에 이런 생각이 있었나 할 정도로 낯선 생각의 흔적이 남아 있을 거에요. 

  뭔가 거창한 필요는 없지만 3월에는 꼭 뭔가 자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해 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렇게 제 비루한 글들을 세상으로 꺼내 놓는 용기를 발휘했고, 회사에서 그릭 요거트를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계절이 오듯이, 새로운 일들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를 본인에게 불어넣어 주세요. 


  이제 책상을 치우며 마음속 어두움을 내보냈고, 산책을 하며 내면의 나를 잠시 만나 보기도 했고, 막걸리 한 잔 치며 봄내음을 한껏 들이켰습니다. 그 마음의 잔향은 노트에 남아 있구요. 이제 충분합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 봄날을 만끽할 시간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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