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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r 11. 2024

[職四]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윗분

직장인의 사계 - 겨울

  직장을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람이라고 하지요. 온통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결국 돈보다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알 수 있습니다.


  최근 기사를 보니 117살 생일을 맞은 세계 최고령 할머니의 장수 비결을 공개했더군요. 비결 항목중에 다른 것들은 누구나 '그렇구나'라고 알 수 있을만한, 자주 듣던 것들이었는데 그중 특이한 문구가 제 마음을 잡았습니다. 

  바로 '해로운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였습니다. 여러분은 바로 누가 떠오르시나요? 혹시 직장에서의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지 않으셨나요? 회사는 다양한 사람이 모이다 보니 꼭 맘에 맞는 사람만 있지는 않습니다. 방금 떠오르는 사람들은 보통 윗분들이실 겁니다. 잔소리도 그분들이 하시고 내가 불만을 품는 업무 배정이나 인사평가도 그분들이 하시니까요.  


  오늘은 늘 참으로 대하기 쉽지 않은, 물리적 거리는 불과 몇 미터이지만 심리적 거리는 지구 열 두 바퀴에 달하는 그런 윗분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 생각거리를 제공해 드리려 합니다.




1. 직속상관은 절대 거스르지 마세요.

  표현이 다소 귄위주의 적이네요. 여기에서 직속상관이라 함은 보통 본인이 보고하고 업무 지시를 받는 윗분입니다. 속된 말로 인사권자들입니다. 직장에서 맘에 드는 팀장, 부서장을 만나면 좋겠지만 확률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언제고 맘에 안 맞는 팀장을 만나 고통받으실 수 있으니 미리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네 직장인들의 삶은 소중하니까요. 


  하나만 기억하세요. 아무리 윗분이 부족해 보여도 대놓고 거스르면 안 됩니다. 

  마음 깊이부터 심복을 하라는 말씀이 아니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아닌 척해야 한다는 겁니다. 팀장 교육을 갔을 때 그룹 계열사의 팀장들과 모여 팀을 이뤄 과제를 진행했을 때였습니다. 조직관리 관련된 과정이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 과제가 '팀장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8명의 팀장 모두 한 가지 답을 적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눈앞에서 치운다'였습니다. 타 팀으로 방출을 하거나 심한 분들의 경우 명퇴 프로그램 리스트의 상단에 랭크시킨다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제가 사원, 대리 시절에 가장 듣기 싫던 팀장의 멘트가 있었습니다. '내가 너 잘 되게는 못해도, 못 되게는 할 수 있다'였습니다. 속으로 늘 '그래 너 잘났다'라고 콧방귀를 뀌었지만 이제 제가 팀장이 되고 보니 정말 정확하고도 무서운 말이었습니다. 

  팀장이상의 윗분이 가진 권한은 인사평가라는 공식적 디스 방법과 사내 평판 긁어놓기라는 간접적 디스 방법이 있습니다. 


  인사고과는 눈에 보이는 복수법이지요. 고과가 기본 이하일 경우 진급부터 급여 인상까지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습니다. 아무리 실적을 바탕으로 하는 평가방법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정성평가'라는 항목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팀장의 개인 의견이 순순하게 반영되는 부분이니 팀장과 사이가 좋지 않을 경우 결과가 아름다울 리 만무합니다. 

  다음으로 평판 관련된 부분은 회사 전체라기보다는 윗분들만의 평판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 잘하는 김대리가 박팀장과는 잘 못 지냅니다. 잘 난 김대리는 늘 박팀장과 사사건건 시비를 다투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박팀장은 동기들 팀장 모임에서 얘기합니다. '김대리가 일은 좀 하는 것 같은데(잘하는 게 아니라 하는 것 같은 이네요) 데리고 쓰기는 참 쉽지 않은 친구야'라고 말이죠. 이제 김대리는 일은 잘하는 척 하지만 상사와는 잘 못 지내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인재로 변했습니다. 물론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죠. 

  제가 저런 동일한 상황을 맞이하여 구천을 떠돌다 과장 달고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서 쫓겨나 봤기 때문에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절대 상사를 거스르지 마세요'



2. 하고 싶은 말의 절반은 그냥  삼키세요.

  여기에서 '하고 싶은 말'이라 함은 소위 말하는 '바른말'입니다. 따박따박 직속상관의 말에 즉시 대답하는 일을 말합니다. 

  우선 저희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만한 '말'에 대해 톨스토이가 한 잠언을 한 번씩 되내어 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는 내뱉지 않고 삼킨 말이다' 


  말은 뱉으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다 내가 원하는 정확한 의사소통에도 상당히 부적절합니다. 듣는 이의 감정과 배경지식에 따라 같은 말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니체는 '세상에 진실은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저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식 만이 있을 뿐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모두 다 생각이 다르니 어설픈 의견 개진은, 특히나 상사의 의견에 대한 즉흥적인 반발은 가능한 아끼는 게 조직생활에서는 유리합니다. 정말 필요하다면 감정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다른 사람들 앞이 아닌 둘만의 대화 시간에 부드럽게 표현해야 합니다. 


  비굴하다면 비굴할 수도 있고, 슬프다면 슬플 수 있는 조언들인 것 같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굳이 불친절한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으면서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장수하셔야지요. 

  그런데 참으로 삶이 오묘한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상황들이 조금 지나고 보니 내가 그르고 윗분이 옳을 수도 있고, 정말 윗분이 틀렸다고 생각했지만 지적하지 않고 꾹 참았던 그 대목을 제가 스스로 인정하고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톨스토이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썼던 잠언을 저는 늘 마음에 새기고 살아갑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서 후회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서 후회하는 일이 더 많다'


  직장은 평등한 사회가 아닙니다.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곳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조직이라는 형태가 붕괴되지 않는 이상 서로 간의 힘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직장의 모습이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아쉽게도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실과 이상은 늘 괴리가 큰 편이지요. 




  알고 고민하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고민하는 것이 다르겠지요. 조직의 섭리를 조금이나마 아신다면 조금은 덜 아프고 지나가지 않을까요. 저는 과장 초반 명예퇴직을 당했을 때 많이 아팠었습니다. 잘 난 맛에 살던 시절이었으니 여기저기 쪽팔리기도 하고 여하튼 많이 좌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여러분들은 뜻하지 않는 철퇴를 굳이 맞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다소 삭막한 직장생활에서 봄날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 실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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