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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r 14. 2024

[職四]우리네 삶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기에는 짧다.

직장인의 사계 - 겨울

'Memento Mori'


  제가 살면서 딱 하나의 문장만을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면 단연 'Memento Mori'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전에 쓰여 있었다는 문구로, 직역하면 '죽음을 기억하라'입니다. 과거 로마 시대에는 황제들이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길에 이 문구를 계속 황제의 귀에 속삭이는 노예가 있었다고 하네요. 승리에 도취된 황제에게 너도 결국 죽어 없어질 존재이니 자만하지 말라는 조언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황제도 저렇게 노력한다는데 과연 우리네 삶은 어떨까요?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사소한 것들에 쉽게 분노하고 발끈하며, 남의 잘못에는 한 없이 엄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끝없는 인내를 발휘하는 훌륭한 삶을 살 공산이 큽니다. 인간의 삶에서 확실한 건 단 하나라고 했지요.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 하나만이 유일하게 옳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가장 큰 착각은 내가 가진 돈, 집, 차, 사회적 지위가 영원할 것이며, 그것이 바로 나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허황된 가치들을 위해서 온 삶을 바치기도 하고, 누군가를 음해하기도 하며, 때론 패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니까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이런 모습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뭣 때문에 저렇게 까지 모질게, 배려 없이 행동하는 건지 의아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다 나르기도 하고,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편을 나누고 서로를 미워합니다. 소위 윗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덜 자란 후배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이 보이곤 합니다. 물론 그들을 덮어놓고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신념이 있고 자기의 가치관이 있으며, 본인의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의사선택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공동체, 즉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만을 위한 행동을 하는 건 '사회적 동물'들 사이에서는 주의해야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어릴 때 도덕책에서 봤던 이 문장에 대해 요즘 다시 곱씹어 보게 됩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동해산 마른오징어와 같다고나 할까요. 인간은 인간을 위한 선한 일을 할 때만이 인간답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왜들 그리도 쉽게 자신을 동물계로 내려 보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묘비명 테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하는 나의 행동이 사후에 나의 묘비명에 기록된다고 해도 과연 그 일을 할 것인가라는 잣대로 행위의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어떤 행동이나 생각의 옳고 그름을, 적어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제 욕심만을 차리는 것인지는 분명히 구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


  인간의 운명을 점친다는 주역에는 위와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라는 뜻으로 착한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복이 자신은 물론 그  후손에까지 미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가진 걸 나누며 행복을 느끼는 삶은 과연 요원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삶에서 사소한 '선'을 쌓아가고 생각과 행동을 공동체의 공통선을 위해 방향을 잡아 나갈 때 '선한 일들을 쌓는' 삶은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꼭 물질적인 것을 떠나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나, 기분 좋은 미소, 사소한 배려의 행동으로도 좋은 것들은 쌓입니다. 이렇게 쌓인 '선'은 쌓은 이에게 좋은 향을 풍기게 해 줄 뿐 아니라, 나아가 그 사람의 주변을 은은하고 따뜻한 향으로 채워줄 수 있지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결국 태어나고 자라서 늙고 병들어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지요. 그 와중에 왜 이리 끌탕할 일이 많고 서로 간의 반목과 불신으로 힘들어하는 일들이 많은지 참으로 모를 일입니다. 


  시련을 뒤집으면 기회라고 한 옛 선현들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어떤 일이건 발생한 그 일 자체로는 본인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지요. 다만 나의 섣부른 가치판단으로 인해 복을 화로 인식하기도 할 뿐이지요. 발생한 일은 그 자체로 바라보면 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나의 반응과 대응방향은 전적으로 내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내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온전히 내 것이며, 어느 누구도 내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내 삶도 결국 다 내가 짊어질 몫이지요. 앞으로 살면서 상황이 안 좋아지거나 감정적으로 힘들 때면 내가 선택한 행동, 그 근간에 깔려 있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찬찬히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제 본인의 삶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오늘 출근해서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 원치 않는 상황들에 투정만 하고 보낼 것인지, 아니면 그런 상황들로부터 살포시 떨어져 덤덤히 받아들이고, 하나라도 더 악착같이 배워 내 자신을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조각해 나갈지는 본인이 정하기 나름입니다. 


  자 어떤 알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주체적으로 내 삶을 끌어 갈 것인지, 아니면 주어진 것들에 불평만 하며 끌려 다닐 것인지?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의 것이므로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어느 길을 선택하건, 나선 그 길목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파랑새를 찾으시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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