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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職四] 직장인의 착각

직장인의 사계 - 봄 (직장인의 착각은 자유지만 대가는 비싸다.)

by 등대지기

오늘은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착각'에 대하여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만, 지나치면 언제나 우리네 직장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조심해야 하는 영역이므로 오늘 한 번 다뤄 보고자 합니다.




그럼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전형적인 착각에 대해 알아볼까요?


#착각 1. 나는 충분히 일을 잘하고 있다.

fact : 그야말로 착각이지요. 고만고만합니다.


저도 실무자로 일하던 시절,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인사평가에서 늘 생각한 것만큼 나오지 않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옆 동료보다는 분명히 내가 더 나은 것 같은데 평가는 늘 제 생각과 다르게 나오더군요. 특히나 객관적인 지표로만 평가를 하기에는 쉽지 않은 대한민국의 직장 문화를 고려한다손 치더라도 늘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보는 팀원들의 성과 평가는 다들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조직이라는 곳이 결국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맡은 업무의 상황이나 주어진 시장환경에 그 퍼포먼스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에 개인의 역량에 따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충분히는 없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본인이 열심히 하느냐와 상관없이 자신의 일이 얼마나 조직의 목표달성에 기여했는가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러니 방향에 맞게 일을 해야 합니다. 그 출발이 팀장과의 얼라인먼트 작업이 되겠구요. 조직이 내게 요구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는 곳 일을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방향을 잘 조절해 보세요.



#착각 2. 나 아니면 조직이 안 돌아간다.

fact : 잘 돌아갑니다. 아주 잘.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소리입니다. 사장과 나 둘이 하는 회사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는 조직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조직에는 나를 대체할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내가 나간 자리를 대체한 누군가가 나보다 더 퍼포먼스가 좋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거래선이 우리 회사를 택한 이유는 담당자가 맘에 들어서라기보다는 그 회사와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한 이득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핵심인력의 이직에 따라 거래선을 변경하기도 하지만 그런 케이스는 사실 그리 흔치 않습니다. 특히나 조직의 크기가 크면 더욱 그렇구요. 그러니 나 없어도 잠시 삐걱댈 수는 있어도 조직은 잘 돌아가니 걱정 없이 떠나셔도 됩니다.


#착각 3. 내 윗사람보다 내가 훨씬 많이 알고 있다.

fact : 일시적입니다. 곧 내가 더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정 분야에서야 그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일 전반이나 회사 관련된 일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일단 상위 보직자가 가진 정보와 담당자가 가진 정보는 절대로 동일할 수가 없습니다. 접근할 수 있는 권하도 다르고 참석하는 회의의 수준도 다르기에 정보가 비대칭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부서에서 전입 오면 부서의 사정을 잘 모를 수야 있겠습니다만, 조직에서의 일이 사실 별 게 없습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대단한 것 같지만 누구든 금방 배우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을 뿐, 절대적으로 대체 못할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좀 더 일반적인, 관리자 마인드의 사고를 하는 보스가 새로운 조직의 구조를 이해하고 방향을 잡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내가 조금 먼저 와서 더 많이 안 다고 잘난 척하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는 아닙니다.



#착각 4. 회사는 나의 얘기를 들어줄 것이다. 내 윗분 얘기 말고.

fact : 조직은 숫자가 지배하는 곳이지요. 나보다는 윗분이 숫자에 가깝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했던 큰 실수를 바탕으로 쓴 내용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대리 말년차 정도의, 도망가는 고객도 잡아오고, 선배들보다 매출이 더 많았던 어깨에 뽕이 많이 들어가 있던, 철없는 시절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저는 정말 오로지 제가 열심히 일한 덕분에 이 모든 성과가 발생하는 줄 알고 우쭐해했었습니다. 은근히 숫자가 나오지 않는 선배를 무시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 시절 새로 온 말도 안 되는 팀장님으로부터 핍박 아닌 핍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 의견은 무시하기도 하셨고, 회의에서 배제시키기도 하셨습니다. 그 당시엔 그 원인을 오로지 그 팀장님으로부터 찾으려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이상한 놈'이 팀장으로 와서 고생시킨다고 대 놓고 대들기 시작했습니다. 도무지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지금 제 밑의 팀원의 그 당시의 저와 같다면, 저는 분명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날려 버릴 겁니다. 타 부서건, 회사 밖으로 건 말이죠.

저는 회사에 여러 채널을 통해 팀장의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얘기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팀에서 제가 쫓겨났습니다. 제가 방금 말씀드린 팀장의 재량인 인사권을 행사하신 것이지요. 그리고 회사는 엄청난 비리를 저질러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윗사람의 얘기를 더 무겁게 들어줍니다. 철없는 주니어의 말보다는 그래도 자신들과 호흡을 길게 한, 조직에 좀 더 친화적인 윗분의 얘기에 더 귀를 기울여 줍니다. 그러니 절대 이 부분을 간과하시면 안 됩니다.




착각이라는 건 결국 '내가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에서 출발합니다. 늘 자신을 객관화하고 세상에 모든 일은 결국 여러 사람이 도와 이루어지는 것이지, 나 하나만의 성과는 아니라는 유기적인 생각을 근간으로 해야 조직 내에서의 큰 화를 피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월요일입니다. 힘들게 시작한 한 주 좋은 일들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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