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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y 13. 2024

[職四] 진돗개보다는 셰퍼트

직장인의 사계 - 겨울 [새로운 조직에 시나브로 스며들기]

  진돗개는 평생 한 주인만을 섬긴다고 하고 셰퍼트는 주인이 바뀌어도 곧 적응하고 잘 살아간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직장생활에서의 진돗개는 아주 위험합니다. 한 사람에게만 충성을 다 하다 그 사람의 충견이 되었다면 그 누군가가 떠날 때 같이 쓸려갈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가장 좋은 건 색이 없는 것입니다. 누구누구의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건 요즘 같은 세상에 언제고 정리할 수 있는 빌미를 회사에 가져다 바치는 꼴이니 유리할 리 없지요.




  개와 비유해서 죄송합니다만, 사실 머슴이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주인이 바뀌면 거기에 맞게 새로운 룰에 따라 적응해 가야지, 옛 주인만 그리워하다 지금 가진 밥그릇도 지키지 못하는 건 미련한 행동이겠지요. 

  그러니 모시는 상사가 좋은 분이라도 너무 사랑에 빠지면 안 됩니다. 나쁜 분이라고 너무 멀리하면 안 되구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가 딱 적절합니다. 가까이는 가지만 그 사람의 냄새가 몸에 배지는 않을 정도로만 가까이 가야 합니다. 늘 '나'라는 캐릭터는 중심에 잡고 있어야 됩니다. 상사는 언제고 바뀝니다. 물론 옆자리의 동료도 내 의사와 상관없이 바뀝니다. 그러니 집착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오고 가는 것이 인생이 듯이 직장생활에서의 사람도 오고 갑니다. 그저 오는 사람에 맞춰 거기에 맞는 정도의 거리와 깊이를 유지하면 됩니다. 


  팀을 옮기고도 이전 팀 사람들과 너무도 잘 지내는, 소위 죽고 못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점심 식사도 기존 팀원들과 하고 기존 부서 회식은 늘 참석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팀에 있는 팀장, 동료들은 처음 한 달 정도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유쾌할 리 없습니다. 직장에서 친구들과 지내듯 지내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새로운 팀에 오면 철저히 새로운 룰에 적응해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 것이 능력이지, 옛 것들을 그리워하며 헷갈리는 그런 행동을 해서는 젖은 낙엽처럼 철썩 들러붙어야 하는 직장생활이 순탄할 리 없습니다. 일을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일단 조직에 융화되지 못하는 사람은 오래 붙어있지 못합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된다는 명제가 극명하게 증명되는 곳이 바로 회사입니다. 


  그러니 셰퍼트가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식구가 되어 가야 합니다. 식구는 말 그대로 한솥밥을 먹는 사이입니다. 같이 밥을 먹는 사이인데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서먹서먹하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만약 본인이 팀에 적응이 어렵다면 우선 자신의 태도를 바로 바꿔야 합니다. 철저히 그 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게 어렵다면 팀 이동이나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구요. 팀 이직도 말이 쉽지 이미 '조직 부적응자라'는 딱지가 붙으면 이동 과정이 그리 아름다울 리 없습니다. 원치 않는 지방 근무나 엉뚱한 부서로 발령이 날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집니다. 




  자 그러니 어디서건 물처럼 아무 소리 없이 스며들어야 합니다. 초기 잡음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소리가 오래 나면 부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니까요. 가슴속에는 원대한 꿈을 품을지언정 표면적으로는 평온하며, 조직에 잘 스며드는 외유내강형 셰퍼트가 될 수 있다면 베스트입니다. 어디서건 그곳에서의 인연에 따라 편안한 맘으로 직장생활을 해 나가실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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