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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y 31. 2024

[職四] 회사에서의 생일상

직장인의 사계 - 여름(회사에서의 생일 축하 feat. 낭만)

    저희 팀에는 기본적인 룰이 몇 가지 있습니다. 


    회식은 분기에 한 번 하되, 장소는 팀원들이 투표로 정한다. 팀장도 한 표를 행사하지만 장소 선택은 전적으로 투표에 의한다. 

    그리고 생일인 친구가 있으면 점심을 같이 한다. 메뉴는 생일자가 정한다. 




    오늘 점심은 그 생일상을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저희 팀 고참 직원인 이 과장의 생일인지라 팀원 모두가 참석하여 축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찜닭입니다. 이 과장이 찜닭이 드시고 싶다네요. 


    현재의 자리로 오기 전이던 재작년 정도의 생일날이 기억나네요. 갑작스레 잡힌 외부 행사로 코엑스에 홀로 갔다가 1시가 넘은 시간이 되어 혼자 회사 근처 순댓국집에서 조촐한 생일상을 받았습니다. 뭐 생일이 대수는 아니지만 그 장면이 뇌리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그 당시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고 돼지가 자신의 장기를 제게 내줘서 위로해 주는 그 식사 자리가 오랫동안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작으나마 결정권이 생긴, 팀장이 된 지금, 저는 생일인 사람을 축하하는 점심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케이크도 하나 자르고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식사를 합니다. 작은 선물도 준비해서 분위기를 한 껏 돋우기도 합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라는 것이 생겨 마음 표현하기도 좋아졌습니다. 저는 팀장인지라 별도로 팀원들 생일에 소소한 선물을 보내며 지소 지어 봅니다.


    저는 회사에 작으나마 낭만이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MZ니 뭐니 해가면서 소통이 어렵다, 말이 안 통한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일 외에 사람 간의 끈끈한 그 무언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전처럼 '우리가 남이가'하는 정도는 저도 부담스럽습니다. 그저 생일인 친구에게 축하 메시지를 건네고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서 분위기만 잡아도 충분합니다. 점심시간인지라 개인 스케줄과도 겹치지 않고 모두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가을에 있는 제 생일에는 꼭 '홍어'를 먹으러 가 보려 합니다. 특이한 팀장을 만나 모두들 상콤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메뉴는 뭐 생일자 마음이니까요. 가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일부 20대 친구들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다들 도전해보고 싶다는 분위기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젊은이들입니다.


    저희 팀은 때는 치열하게 합니다. 워낙 일도 많고 탈도 많기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가끔은 로드가 걸려 힘들어지기도 합니다만, 워낙 각자의 역할을 해주고 있기에 어려움 없이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런 치열함 속에 생일 파티는 마치 전쟁터에 핀 꽃처럼 저희에게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 되어 줍니다. 


    오늘 생일을 맞은 이 과장도 제겐 소중한 팀원입니다. 찜닭을 먹으며 하하 호호 즐겁습니다. 다음 달 예정된 분기회식에 대한 토픽으로 한참을 재잘거리며 즐거워합니다. 축구를 다 같이 보러 가기로 해서 그런지 축구장에서 맘껏 소리치는 우리 열 명의 팀원들이 벌써 머릿속에 그려지네요. 벌써부터 낭만의 냄새가 나서 그런지 오늘 하루도 아주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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