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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Jun 03. 2024

[職四] 직장에서 상처받지 않기

직장인의 사계 - 겨울(적어도 상처는 받지 않았으면 해요)

    직장에서는 여러 입장이 대립하고 상존하며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그 말에 누군가는 깊게 상심하고 심하면 회사를 떠나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큰 차이가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회사라는 공간이 이런 다양성을 다 인정하기에는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는 겁니다. 저희 직장인이 바쁜 게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으로서 기능하는 요즘의 회사들이 이익을 내기에 바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그 안에 있는 개개인을 케어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일 테지요. 물론 이상적인 회사들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솔직히 상처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분이 나쁘다고 느끼는 경우는 빈번한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우리는 이 험난한 직장이라는 바다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1. 우선 기대하지 마세요. 


    어쩔 때는 내 맘도 내가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 맘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어려운 일입니다. 동양의 '역지사지'나, 서양의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기'와 같은 표현이 있다는 걸 보면 상당히 높은 경지에 이르러야 다른 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반증이겠지요. 입장 바꿔서 헤아리고 대처하면 좋겠지만 사실 이 정도의 단계는 수련이 필요합니다. 그들을 다 품어 내려면 내 그릇이 커져야 합니다. 그릇이 자라는 건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기에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해결법입니다. 


  그럼 당장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요? 네, 기대하지 않는 겁니다. 다른 이가 내게 친절할 것이라고, 내 입장을 헤아려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으면 행복지수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2.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저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할 때는 나를 분명 무시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반대하는 거야'라고, 누군가의 부정적인 답변에 반응하는 건 어떨까요? 왜 회의하거나 얘기하다 보면 제가 한 말에, 제 의견에 토시를 달고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 있잖아요. 저도 그런 상황이 오면 울컥합니다. 울컥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직 도를 완성하지 못한 저 같은 중생은 화가 나고 기분이 상합니다. 제게 싸움을 거는 거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제가 쓰는 방법이 '딱 거기까지'입니다. 아 내가 화가 나고 있구나라고 인식하고 잠시 멈춥니다. 어떤 판단이나 생각을 멈추고 그냥 얘기한 내용 그대로를 노트에 적어 놓습니다. 그리곤 더 이상 대꾸하지 않습니다. 말을 했어야 하는데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해서 후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톨스토이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셨지요. 그러니 잠시 아닥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보내주시고 노트에 적힌 활자만 바라보세요. 그럼 반대라고 생각했던 그 의견이 꼭 반대라기보다는 의견의 보충일 수도 있고, 같은 의견이지만 약간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반대에 대하여 생존반응을 하는 내 안의 동물에게 잠시 쉬는 시간을 주세요. 그럼 곧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는, 동물을 넘어 사람으로 돌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 



3. 조금 떨어져서 생각해 보세요.


    어느 회사나 거칠고 날이 서있는 쌈닭들이 있습니다. 별로 상종하기 싫은, 하지만 회사인지라 회의나 업무협의를 해야 하니, 늘 다른 이들에게 기피대상 1호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과연 다 틀린 말만 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 분들은 자기 나름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고자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 분들이 말씀하신다고 모두 다 그른 건 아니라는 말이죠. 나름 훌륭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이들의 의견을 포용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소통이 어려울 뿐입니다. 


    이럴 경우 아웃복싱이 필요합니다. 일정 거리를 두고 계속 주변만 맴돌아야 합니다. 리치 안으로 들어가면 가격 당할 것이고, 너무 벗어나면 일을 마무리할 수 없으니까요. 합의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객관적인 수준에서 낮은 목표라도 이루는 것이 백 번 낫습니다. 이런 쌈닭과 정면 승부를 하면 펀치야 몇 대 날리겠지만 소중한 코를 물어 뜯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사람은 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내가 없으면 세상도 다 없으니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네 직장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냅니다. 직장에서 머슴질을 해 먹다 보면 피곤할 수야 있겠지만 굳이 상처까지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제 아이들과 산에 갔더니 어느새 산은 아무 소리도 없이 더욱더 푸른빛으로 짙어졌더라고요. 여러분들의 6월도 상처로부터 멀어져 푸르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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