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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Jun 04. 2024

[職四] 왜 일하는지 묻는 아침

직장인의 사계 - 봄(책은 늘 꼭 필요할 때면 그렇게 길을 보여 준다)

    어제는 영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될 듯하던 일들도 꼬이고 영 심사가 좋지 않았습니다. 몸도 피곤한 데다 부쩍 짜증도 많이 나고, 처한 현실이 더 비관적으로 느껴지는 어두움이 지배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팀원 한 분을 모시고 저의 소울푸드를 먹으러 갔습니다. 주변에만 가도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는 홍탁을 앞에 두고 있으려니 근심이 아주 조금은 사라진 듯합니다. 삭힌 홍어 한 점에 막걸리 한 잔 입안 가득 부었더니 또 조금 사라집니다. 애탕도 먹고 홍어전도 먹었더니 근심이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힘들 때 술이나 음식에 의존하면 안 좋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짙은 향에 푹 담가 다 잊고 싶을 때가 있어 홍어를 영접하곤 합니다. 


    홍어로 시작해서 소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집에 가니 1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이미 하루가 지나갔네요. 씻고 얼른 잠을 청했습니다. 피곤해서 늦잠을 잘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4시 35분경에 눈이 떠졌습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몸이 저를 깨웠습니다. 주말에 테니스를 무리하게 쳤는지 몸도 무겁고 컨디션도 별로였기에 오늘 아침은 좀 느지막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평상시 기상시간과 별 차이 없이 저를 그렇게 일으켜 세웠습니다. 더 자기도 그렇고 해서 평상시 루틴대로 아침일기 쓰고 책을 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일기를 간단히 마치고 어떤 책을 볼까 책꽂이를 훑어보다가 며칠 전부터 제 눈을 끌던 교세라의 창업자이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생각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목차만 훑어봤는데도 맘이 저려 왔습니다. '간절하지 않으면 꿈꾸지 마라' '스스로를 태우는 사람이 되어라' '시련은 가장 큰 축복이다' 등의 제목들을 보노라니 제 최근의 마음가짐에 대한 반성의 맘이 들었습니다. 초심을 잃고, 다시금 불평을 하고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 남 탓을 하고 비난하며 마치 나만 떳떳한 양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200여 페이지의 두껍지 않은 책이기에 반 정도를 훌쩍 읽었습니다. '높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간절한 바람이 잠재의식에까지 미칠 정도로 곧고 강해야 한다. 주위 시선에 우왕좌왕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문장에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다시 신발끈 고쳐 메고 뛰어야 할 시간이 왔나 봅니다. 제 자신에게 다시금 뜨꺼워지라는 준엄한 깨달음을 내려 준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특별한 종교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성당에 다니고 세례를 받긴 했지만 현재는 별도의 종교활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주의 섭리에는 관심이 많아 '생각이 결국 끌어당긴다'는 것은 전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 준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리만은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일을 대함에 있어 게을러졌나 봅니다. 제 자신이 알람을 보내기 위해 한 권의 책을 빌어 제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보니 말이죠. 제 지친 몸이 홍어를 찾았듯, 제 마음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가르침을 찾아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책을 주변에 두려 노력합니다. 회사에도 좋아하는 책들이 늘 주변에 있어 언제고 뽑아 들고 양에 상관없이 읽곤 합니다. 제 마음을 위로해주고 보듬어 주고 때로는 저를 뜨겁게 달뜨게 만들었던 책들을 통해 저는 또 마음을 바로잡고 똑바로 걸어갈 힘을 얻습니다. 어제는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삶을 개선할 힌트를 얻었고 오늘은 '왜 일하는가'를 통해 다시금 달릴 힘을 얻었습니다. 이렇듯 책은 제 옆을 맴돌다 제 마음의 준비가 되면 제게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선 마음을 바로 해야겠네요. 좋은 책은 늘 손 닿을 거리에 두고 말이죠.

    시끄러운 마음은 던져 버리고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야겠습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건 결국 열심히 산 이 순간들의 모음일 테니 말이죠. 이나모리 가즈오 님께 감사드리며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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